'부촌 왕자' 노리는 반포의 상전벽해

- 일대 16개 단지 재건축 추진… 대형 브랜드 대거 진입
- 최고 몸값 '아크로리버파크' 흥행에 인근 단지도 기대
- 초과이익환수 제외 노리는 조합 사업시행인가 잰걸음

그래픽=임종철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가 30여년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1975년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남 개발' 지시로 시작된 반포 일대 개발이 40년째를 맞으면서 재건축 압박이 커진 것이다.


반포·잠원 일대 재건축 물량은 풍성하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잠원지구 내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모두 16개 단지 1만2699가구다. 전체 3만675가구의 41%에 해당한다.

이중 잠원역 경원중 인근의 반포한양아파트가 관리처분계획을 마쳐 사업 막바지에 들어섰고 삼호가든3~4차를 비롯해 한신5~6·18차, 잠원우성, 서초한양 등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대부분 15층 이하 중층 단지로 1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까지 준공돼 재건축의 기본요건인 30년 연한은 채운 상태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차 재건축 아파트. 2014년 4월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사진=지영호 기자

◇'한신촌' 사라진다…대형브랜드 대거 진입


현재 반포·잠원 일대 아파트 가운데 가장 많은 브랜드는 '한신'이다. 전체 약 3만가구 중 한신1차부터 27차까지 2만가구를 한신공영이 지었다. 특정회사가 같은 지역에 이처럼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한 사례가 드물어 지금까지 한신공영은 반포 한신타운으로 큰 홍보효과를 누렸다.

한신공영은 97년 부도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면서 사세가 약해져 재건축 시공사로 거론조차 되지 않자 2000년대 후반 '리모델링 특수사업부'를 만들고 2만가구에 호소문을 돌리기도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한신공영이 지은 아파트의 재건축 시공은 현재 삼성물산(3·18차) 대림산업(5차) 대우건설(15차) SK건설(7차) 롯데건설(2차) 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반포 재건축 조합원들의 선택은 이미 재건축이 이뤄진 주공아파트 시공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로 거듭난 반포주공2단지는 삼성물산이 시공했고 '반포자이'로 탄생한 반포주공3단지는 GS건설이 지었다.

삼호가든 1~2차를 재건축한 '반포리체'는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공동으로 시공했다. 옛 미주아파트는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 '반포힐스테이트'로 둔갑시켰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경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여러모로 비교대상이 됐다. 같은 2008년에 분양했고 고속버스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면서 대단지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초기 평가는 '반포자이'가 좋았다.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보다 단지 규모(3410가구)가 크고 분양가(반포자이 3.3㎡당 평균 3145만원, 래미안퍼스티지 3126만원)도 높았음에도 2대1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래미안퍼스티지'는 1순위에서 미달됐다.

계약 초반 고전한 두 아파트는 소형으로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래미안퍼스티지'가 '반포자이'를 앞질렀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 9억9000만~11억1000만원이던 '래미안퍼스티지'와 10억6000만~11억7000만원이던 '반포자이'는 2009년 하반기 들어 각각 3억원과 2억원 정도 올랐다.

서초구 신반포로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7호선 반포역과 9호선 사평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반포자이'가 9호선 신반포역만 이용하는 '래미안퍼스티지'에 비해 가치가 높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덜위치칼리지를 비롯해 세화여·중고와 세화고, 반포초·중 등 막강한 학군을 보유한 '래미안퍼스티지'로 수요가 몰리면서 59㎡ 기준 1억원까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반포자이 전경

◇사업시행인가 올해까지…'재건축 속도전'

지난해 12월 이 지역에서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3830만원대로 일반아파트 중 최고 분양가를 내놨음에도 평균 18대1의 경쟁률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해서다.

신반포로 S공인중개소 대표는 "'아크로리버파크' 분양가가 공개됐을 때 대부분 지역중개업소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코웃음을 쳤다"며 "그 가격에 계약되는 걸 보고 다른 재건축단지도 사업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신반포한신15차가 이달 초 용적률 299.72%를 받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변화가 생기면서 반포 일대 재건축사업은 더욱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반포·잠원 일대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단지는 8곳 3629가구다.
예정대로라면 5201가구로 지어진다.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반포한양과 우성 등은 용적률을 30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시행인가 변경을 진행 중이다. 이를 마치고 올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한신 5·18차는 빠르면 상반기에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연내 이주·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초과이익환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재건축단지들의 속도가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상당수 시공사가 시공권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빚고 중층아파트의 사업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공산도 있다는 의견이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압구정 재건축 다음으로 우수한 재건축단지로 손꼽히는 곳이 반포·잠원 일대"라며 "중층의 재건축단지는 추가부담금이 높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초과이익환수 굴레를 벗어나려는 조합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사업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면서 이주수요 발생에 따른 전·월세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2주구 재건축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