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외국계 엘리베이터 국내 공장, 다 어디 갔나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업체가 국내업체를 인수하며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대부분 시장점유율 하락과 더불어 생산기지를 축소하거나 중국 등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007년말 신규설치 기준 56.5%였던 외국계 엘리베이터 상위 4개업체(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쉰들러)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5%로 떨어졌다.


업체별로는 오티스가 2007년 27.5%에서 14%로 반토막났고 같은 기간 티센크루프(18.8%→15.7%) 미쓰비시(7.6%→3.9%) 쉰들러(2.6%→0.9%) 역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국내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외국계 엘리베이터회사는 오티스다. 오티스는 1999년 LG산전 엘리베이터사업부를 사들였다. 이후 건설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오티스는 2003년 창원공장의 구동모터 및 스텝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으며 2004년 창원공장 부품공장을 폐쇄하고 조립라인만 가동했다. 당시 생산라인 관리직을 포함한 40여명이 명예퇴직했다.

오티스는 2005년 인천공장을 매각하고 2006년 기숙사 역시 팔아치우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공장인력의 절반에 달하는 300여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추진하면서 같은 해 7월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티스는 매각작업을 계속해 2007년에는 모터사업부를 하이젠모터에 넘기고 지난해 1월 창원공장을 LG전자에 팔아 국내 생산공장을 완전히 접었다.


다른 업체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3년 동양엘리베이터를 인수·합병한 티센크루프는 2006년 인천-천안공장을 통폐합하면서 전체 임직원의 10%가량을 정리해고했다. 2008년 생산라인을 또다시 축소하며 임직원 130여명에 대해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한 쉰들러는 안산1공장의 문을 닫았고 2006년 시흥공장도 물류창고로 전환했다. 2004년 수림엘리베이터를 인수한 핀란드계 코네 역시 2011년 한국지사를 없앴다.

글로벌 엘리베이터업체 중 현재 남아있는 국내 생산시설은 티센크루프 천안공장과 미쓰비시 인천공장 2곳뿐이다. 2002년 국내에 진출한 미쓰비시 역시 인천공장에서 완성품을 조립하지만 핵심 부품은 일본 본사에서 조달한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을 외국계 기업의 '곶감 빼가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설치된 승강기는 2만9967대로 세계 3위 규모다. 이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숫자를 책임지는 외국계 기업들이 정작 국내투자와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시설 철수는 단순히 투자규모 축소에 그치지 않고 국내 협력업체들에까지 피해를 줘 국내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업체가 보유한 시장점유율만 확보하고 고용안정은 신경쓰지 않는 외국업체들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 기업이 도의적 책임마저 모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