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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어리석은 돈과 영리한 사기꾼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54>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4.04.13 18:41|조회 : 1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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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어리석은 돈과 영리한 사기꾼
어리석은 돈을 가리켜 눈먼 자본(blind capital)이라고 한 사람은 월터 배젓이다. 그가 말한 눈먼 자본은 "누군가가 자신을 집어삼켜 주기를 갈망하며 흘러 넘치는" 돈인데, 배젓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던 시기(1860~70년대)를 감안하면 어리석은 돈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돈을 빼앗아 가는 영리한 사기꾼도 늘 있어왔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현란한 수법으로 눈먼 돈을 갈취한 사례는 어맬거메이티드코퍼(Amalgamated Copper Company)일 것이다. 1899년부터 시작된 이 사기극은 그 주역들의 면면부터가 아주 화려했다. 우선 윌리엄 록펠러는 형 존 D. 록펠러가 세운 세계 최대의 독점 재벌기업 스탠더드 오일의 2인자이자 내셔널 시티 뱅크의 설립자고, 헨리로저스는'월스트리트의 해적'이라는 별명답게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냉혹한 투기꾼으로 언제든 수천만 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큰손이었다. 또 유명한 시세조종꾼토머스로슨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들을 도왔고, 내셔널 시티 뱅크의 제임스스틸먼도 제2선에서 지원했다.

이들의 수법을 보자. 먼저 록펠러와 로저스는몬태나 주에 있는 미국 최대의 구리광산 소유주인 마커스데일리에게 3900만 달러를 주고 아나콘다 코퍼와 몇 군데 구리광산을 매입한다. 3900만 달러는 현금이 아니라 수표로 주면서, 특정 기일까지 내셔널 시티 뱅크에 예치해두도록 조건을 붙였다. 요즘 식으로 하면 일종의 선일자(先日字) 수표를 발행한 셈인데, 록펠러와 로저스가 누군가. 게다가 스틸먼까지 뒤에 있지 않은가. 데일리는 수표를 예치하는 데 동의했다.

록펠러와 로저스는 다음 단계로 어맬거메이티드코퍼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다. 거대 트러스트를 구축해 석유시장을 독점한 스탠더드 오일처럼 어맬거메이티드 역시 구리시장을 독점할 트러스트 기업이라고 선전해 750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을 발행한다. 이사진은 전부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채웠으니 모든 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서류상의 회사니 비용이 들어갈 리 없었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선일자 수표를 주고 산 아나콘다와 구리광산들을 어맬거메이티드에매각한다. 어맬거메이티드는두 사람에게 현금 대신 회사 주식을 주고, 이들은 이렇게 받은 주식을 내셔널 시티 뱅크에 담보로 맡기고 3900만 달러의 수표를 결제해준다.

이제 마지막 단계로 어맬거메이티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판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액면가(100달러)로 청약을 받아 팔았는데,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도 로슨이 장외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하며 주가를 부추기자 너도나도 매수대열에 동참해 결국 청약자가 넘쳐날 지경이었다.

록펠러와 로저스는 이렇게 주식을 판 돈으로 은행 빚을 다 갚고 나머지 3600만 달러는 이익금으로 챙겨갔다. 정말 아찔한 사기극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영리한 사기꾼의 눈에는 어리석은 돈이 아직도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여전히 어맬거메이티드 이사회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맬거메이티드는 회사 이름처럼 세계 구리시장을 통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고, 아나콘다가 벌어들인 돈으로 주당 8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1901년 6월 어맬거메이티드 주가는 130달러까지 올랐고, 시장에서는 금방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 번 더 눈 먼 돈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건 두 사람의 작전이었다. 오히려 구리 공급이 늘어나면서 주가는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다 이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해 3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둘은 느긋하게 주식을 사들였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러니까 아무런 리스크도 부담하지 않고 미국 최대의 구리광산과 1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챙겨간 것이다.

대단한 수법 아닌가? 물론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자주 쓰는 수법, 가령 자기 계열사를 일부러 부도 낸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부채를 탕감 받은 다음 자신이 다시 인수하는 방식에 비하면 별 것 아닐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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