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김종대 이사장, 건강보험 10년 응어리 풀어줄까?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담배소송을 둘러싼 뚝심이 일부 정부 부처의 소송 신중론을 넘어 담배소송을 본 괘도에 올려놨다.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14일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등 3개 담배 회사에 53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국내 공공기관 최초의 담배소송이 이렇게 현실화하기까지는 김 이사장의 추진력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2005년부터 공단 숙원사업, 김 이사장 현실화=건보공단 내부적으로 "담배소송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은 2005년 이성재 전 이사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흡연으로 인한 건보공단의 진료비 지출이 크게 늘며 담배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를 반대하는 일부 정부 부처의 눈치를 보다가 소송 논의는 그대로 사장됐다.

이랬던 소송 논의가 재점화한 것은 김종대 이사장 취임 1년이 흐른 2012년 10월부터다. 담배로 인한 보험료 지출이 한해 1조6000억원이라는 통계가 나왔고,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담배 피해가 한해 1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이사장은 바로 이때부터 '건보공단의 사회적 책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건보공단은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각종 사안에 대해 한해 1700건의 구상권을 청구하기도 한다. 폭행과 교통사고 환자 진료비를 지불한 후 가해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담배로 인한 진료비 지출이 계속되고 담배회사는 이에 대한 비용을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 상황에서 담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구상권 청구 작업의 일환으로 봤다.

소장 접수 직전까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반대가 계속됐지만 김 이사장은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7년간 사장됐던 담배소송은 김 이사장 임기를 7개월 앞둔 올해 4월 현실로 드러났다.

◇관건은 위법성 입증, 시민사회 판단 엇갈려=이제 남은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위법성 입증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앞서 대법원이 개인 담배소송에서 KT&G와 정부 손을 들어준 것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소송의 건보공단 측 대리인인 정미화 변호사(법무법인 남산)는 "흡연자가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은 본인 의지가 아닌 담배의 중독성 때문"이라며 "필립모리스와 BAT가 미국에서 시인한 불법행위 및 유해성을 국내 법정도 부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G 등 담배회사들이 담배 중독성을 위해 작업한 것들을 입증하면 담배회사의 위법성도 밝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선영 변호사(건보공단 법무지원실 소속)는 "소송을 공개해 건보공단 주장이 맞는지, 담배회사 주장이 맞는지 국민과 공유할 것"이라며 "담배 유해성 및 중독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같은 이유로 담배소송을 '금연 효과가 가장 큰 작업'으로 보고 있다.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발표에 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소비자연맹과 한국부인회는 지지 성명을 냈지만 납세자연맹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반면 납세자연맹은 "술 먹고 운전하다 사고가 났는데 보험회사가 술회사와 자동차회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승소 가능성이 없는 소송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