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조명받는 이머징…韓 증시 자리는?

"돈은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선진국을 따라 가고,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이머징으로 빠지게 됩니다. 요즘과 같은 불안정한 시기에는 선진국과 이머징의 중간지대에 있는 한국 시장이 보는 이득이 가장 크죠." 다이와증권 리서치헤드인 이창희 전무는 선진국과 이머징 사이에 놓인 한국 증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머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성장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 등의 편입 비중이 높은 iShare MSCI Emerging Market ETF에는 20주만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3주째 유입이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전반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이 연일 이머징 국가의 주식을 사들이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고 들어온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자료제공=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신흥국 자금, 유입 지속되지만…"=15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4.75포인트(0.24%) 하락한 1992.27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도 전일 보다 29.94포인트(1.40%) 내린 2101.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000억원 규모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시장의 기대치인 2000선을 넘지는 못했다. 외국인은 전날 13억원 반짝 순매도를 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3조117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을 포함해 신흥시장의 자금 흐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현재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을 놓고 볼 때 이 같은 흐름이 장시간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신흥국의 호재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들어오는 자금은 장기 투자자금이라기 보다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성격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유입 자금이 장기적 성격이라면 경기 등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하는데 실제 신흥국 제조업 경기는 둔화세에 있다"며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최근 신흥시장에 대한 확신을 높일 만한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머징 국가 중에서 기대감이 가장 큰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의구심은 여전하다. 작년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1분기 경기 지표에 대한 기대감을 버린 대신 2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경기부양책 효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한 회의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韓증시, 이머징 중에서는 안정적"=그렇다면 한국 증시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한국 증시는 선진국에 속하지 않지만 이머징 중에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창희 다이와증권 전무는 "선진국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생각에 이머징으로 관심이 돌아갔지만 막상 이머징에 투자할 때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며 "반드시 한국이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외국인들은 신흥국 중에서 한국을 덜 리스키한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 비중이 높으면서도 저평가 영역에 있는 전기전자(IT), 경기소비재,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27일부터 14거래일 연속 IT업종을 순매수 중이다. 특히 IT, 경기소비재는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될 경우 신흥 시장 선호가 약화될 것에 대비해 지금부터 옥석 가리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가의 실적 추정치 상향이 추세적 변화라기보다는 과도한 하향에 따른 일시적 개선일 가능성이 높다"며 "4월에는 상대적으로 이익 추정치 하향이 더딘 이머징 아시아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