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해야 되는데 잠을 안 자서"···2살 아들 입막아 죽인 父

머니투데이

이슈팀 한정수 기자

두살짜리 아들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사체를 비닐 가방에 담아 버리러 가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사진=뉴스1(대구 동부경찰서 제공)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버지가 PC방에 가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 두살 난 아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사건의 전말이 공개돼 충격을 전해주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5일 이 같은 일을 저지른 정모씨(22)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달 7일 오후 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잠을 재운 뒤 PC방에 가려 했으나 아들이 잠을 자지 않자 가슴을 3차례 때리고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경찰에 "아내와 별거하면서 아들 부양으로 인한 생활고와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 아들을 살해했으며 범행이 발각될 것 같아 사체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처음 경찰 조사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아들을 돌보지 않아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범행 후 숨진 아들을 방 안에 그대로 방치한 채 집 부근의 찜질방과 여관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24일 만인 지난달 31일 귀가했다.

정씨는 아들의 사체에서 악취가 나자 사체를 담요에 싸 베란다에 두었다가 지난 11일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비닐가방에 담아 집에서 1.5km 떨어진 경북 구미시 모처의 빌라 담벼락에 유기했다.

정씨는 사체 유기 이틀 후인 지난 13일 오전 "동대구역 지하철에서 노숙을 하다가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정씨는 "다리에서 아들과 투신했으나 나만 헤엄쳐 나왔다"고 거짓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사체 부검에서 숨진 아이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정씨가 계속 허위 진술을 한 점 등 의혹이 많아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독극물 검사를 의뢰했다. 정씨에 대한 영장실질검사는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