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호텔' 이번엔 용적률이 발목? '산 넘어 산'

대한항공이 7성급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기숙사 부지. 이웃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이 위치한다/사진=머니투데이DB

학교와 가까운 상대정화구역에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기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16일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다음 국회로 공을 넘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차례에 걸쳐 개정안을 수정하며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규제 개혁 분위기를 타고 '통과'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더 긴 안목에서 봐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으로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문화부 개정안의 실체가 드러나며 특히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경복궁 옆' 호텔이 앞으로 허용될 지 관심을 끈다. 대한항공은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부지 옆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가 있어 상대정화구역 내에는 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는 규정에 가로 막혀 왔다.

하지만 문화부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유해시설이 없고 ▷객실 100실 이상 규모를 충족하면 학교 상대정화구역(학교 경계 50m~200m 이내 구역)에서는 이전과 달리 학교정화위원회 심의 없이 문화부 허가만으로 호텔 설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건립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문화부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부지의 60% 정도에만 건물을 지을 수 있어서다. 송현동 호텔 건립 부지는 3만6642㎡로 원래는 축구장 5개 크기의 땅에 호텔이 들어설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축구장 3개 넓이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유는 개정안에서 상대정화구역 기준을 학교정문에서 학교경계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지 뒷쪽과 옆쪽에 접한 학교경계 인근 땅은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된다. 대한항공은 당초 부지를 100% 활용할 경우 객실수를 156개로 잡았지만 단순 계산만으로는 호텔 건립 허용 기준(100실)보다 낮은 93.6실로 줄어든다.


전체 부지의 건폐율이 낮아진 만큼 층고를 높여 객실수 기준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용적률(연면적/바닥면적)을 높여줘야 하는데 인근에 청와대와 경복궁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고도제한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도 이 같은 고도제한을 고려해 지상 4층 규모의 건립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맞춰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150% 이하, 고도제한 20m 등을 동시에 적용한다면 객실수가 나오지 않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폐율 60% 이하를 적용해 기존 계획과 같은 객실수를 확보하려면 2개층을 더 높여줘야 하는데 고도제한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난관의 연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차기 국회로 넘어갔지만 통과될 경우 15개 호텔 3000여 객실이 추가로 건립될 수 있다"며 "그러나 대한항공 경복궁 옆 호텔은 이 15개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5개 호텔 건립이 이뤄지면 1조원의 경제효과와 2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화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