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도 맘대로 못한다고? '서킷브레이커' 왜?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이동통신업계의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번호이동 자율제한제(서킷브레이커)'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효성과 이용자 불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킷브레이커 기간에 이용자들은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가 끝나는 오는 5월 중순 이후부터 '번호이동 자율제한제' 도입이 추진된다.

이날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방통위 전체회의 브리핑에서 "이동통신사 실무자들 간에 상당히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통3사 모두 제도 시행을 원하고 있어 영업정지가 끝나면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통사 간에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방통위는 조율 등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만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오 국장은 "법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며 "별도의 가이드라인 등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는 이통사들이 시장 과열이라고 생각하는 번호이동 수준을 넘어설 경우 일정기간 동안 판매를 중단한다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이틀 연속 번호이동 건수가 7만~8만을 넘어서면 5일 동안 판매를 제한하는 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전산으로 막을 경우 손쉽게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시장 과열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상당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등이 불가능해 이용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오 국장은 "번호이동에 대한 실수요자는 하루에 1000명도 안 된다"며 "대부분 과도한 보조금 지원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서킷브레이커에 걸리면 다음 날에 가입할 수 있는 등 이용자의 불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킷브레이커가 적용되는 번호이동 기준 책정이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번호이동 기준이 너무 높으면 제도를 도입하는 실효성이 없고 너무 낮으면 지나치게 시장을 규제해 이용자 불편과 이통시장과 단말기 시장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