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경희, 기록영화서 '삭제'… 숙청? 퇴장?

금수산태양궁전 관련 북한 기록영화에 등장했던 김경희(왼쪽)가 최근 재방송된 같은 기록영화에서 삭제됐다. 이 장면은 대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그의 부인 리설주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으로 대체됐다.(오른쪽)/사진=통일부 제공

숙청된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모습이 기록영화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북한 기록영화에서 김경희가 나오는 장면이 삭제됐다"며 "김경희의 등장장면이 다른 방면으로 대체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 기록영화에는 김경희가 2012년 12월17일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 때 검은 상복을 입고 김 제1위원장 부부,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참배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재방송된 영상에는 이 장면이 빠지고 김 제1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해 12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화면으로 대체됐다.

이 기록영화는 김 제1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건립 업적을 다룬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다. 이 기록영화는 지난해 12월13일 최초 방영 이후 △올해 1월4일 △1월5일 △2월16일 △4월15일 등 총 다섯 차례 방영됐다.

김경희가 이 기록영화에서 사라진 것은 지난 2월16일 방송분부터라는 것이 통일부측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최고권력자의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나 중대범죄로 처형된 고위인사는 기록영화나 각종 발행물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해 왔다는 점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김경희에 대한 정치적 제거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경희는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해 12월14일 발표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국가장의위원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었다. 김경희가 이후 지속적으로 남편의 처형에 반발하자 북한 지도부가 정치적 제거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내각 인선 소식을 전하면서 김경희가 오랫동안 관여해온 경공업성의 '상'만을 제외하고 인선을 발표해 '김경희 탈색' 차원에서 경공업성을 폐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김경희가 장성택처럼 처형되는 물리적 처벌을 받지는 않았을 거란 분석이다. 남편인 장성택이 국가내란음모죄로 처형됐지만 김경희는 김일성 주석의 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친여동생으로 '백두혈통' 가계라는 점에서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경희가 정치적으로 숙청당한 상태에서 가택연금 등의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기록영화에서 김경희 등장 장면이 편집돼서 김경희가 당 관련 주요직위에서 물러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김경희가 숙청까지 갔는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