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째 직장 다니는 이 남자의 꿈은…

/사진제공=SK텔레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회사를 옮겨 다닌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씩 꿈꿔봤던 삶 아닐까.

위의석 SK텔레콤 (51,100원 ▲200 +0.39%) 상품기획부문장(사진·50)을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 만났다. SK텔레콤은 그의 23번째 직장이다. 정식 사원이 아니지만 일을 봐 준 곳까지 합치면 그가 몸담았던 회사는 무려 30곳이 넘는다.


그는 1990년 워크스테이션을 만드는 솔빛에 첫 받을 내딛은 후 금성소프트웨어, 아이네트 등을 거쳤다. 아이네트는 전 인터넷기업협회장인 허진호 박사와 직접 차린 회사다. 창업 4개월 만에 국내 최초로 개인용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출시하는 성과를 이뤘다. 4년 뒤인 1998년에는 미국 인터넷 서비스 전문회사인 피에스아이넷(PSINet)에 아이네트를 매각했다. 그 와중에 미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어센드커뮤니케이션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2년 전 SK텔레콤으로 오기 전까지 그는 네이버에 몸담았다. 플랫폼, 영업, 게임 부문을 두루 거쳤다. 특히 네이버 자체 검색광고 플랫폼을 구축, 검색광고 사업을 안착시키는데 일조했다.

"일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이 끝나면 회사를 나오죠. 더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위 부문장은 이를 성격 탓으로 돌렸다. "성격이 그렇습니다. 재미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기업의 부품으로만 사용되다 버림 받고 싶지도 않고요."

사실 누구나 한번쯤 희망했던 직장관이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삶은 피곤하다. 누구보다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뒤에는 어떤 시대가 오겠구나'를 생각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 등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합니다. 생각보다 본인이 소속된 시장의 트렌드를 예민하게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의 가방에 늘 태블릿PC 2대, 스마트폰 2대, 노트북 1대 등 IT 관련 기기가 가득한 것도 그런 이유다. 돈으로만 1000만원 상당에 해당한다.

그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일은 '통화서비스의 플랫폼화'다. 획일적인 통화 서비스를 벗어나 사용자가 좀 더 쉽고 편하게 제품과 콘텐츠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선보인 'T전화'가 대표적이다. 스팸 전화를 알려줘 가려 받을 수 있고 자주 통화하는 12명의 아이콘이 한 화면에 나와 손쉽게 전화할 수 있다. 1만 개의 번호가 자동 저장돼 있어 굳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전화번호 검색이 가능하다.

또 다른 목표도 밝혔다. "검색 서비스는 원래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이동통신사가 원조입니다. 예전 전화번호부 책이 검색의 시초죠. 포털사이트에 뺏겼던 검색의 기능을 다시 찾아오고 싶습니다."

가령 지금은 T전화에서 전화번호와 위치 검색만 가능한데 앞으로는 관련 정보 제공까지 통화와 연결되는 다양한 형태의 검색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미 대형 포털사로부터 관련 제휴 요청을 받았다. 위 부문장은 "구체적으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시작 단계지만 그동안 꿈꿔오던 플랫폼을 완성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사회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관심이 가는 다양한 시도를 젊은 시절에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스스로 알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