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성인 복제배아줄기세포' 성공, "난치병 정복한다"

차병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배아(수정란)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치매나 파킨슨병·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생아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적은 있지만, 차병원은 성인 환자 자신의 세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이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가 핵을 제거한 난자에 환자의 피부세포를 주입해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면역거부 반응 같은 부작용 없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 환자 맞춤형 난치병 치료제 새 길 열렸다= 복제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기 때문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켜 주입할 경우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정 세포가 망가진 환자에게 싱싱한 새 세포를 이식하는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 세포로 복제된 줄기세포는 유전자가 환자와 똑같아 이식할 때 면역거부 반응이 없다.

이론적으로 배아줄기세포는 210여개 신체 장기로 발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치매·파킨슨병·류마티스관절염 등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뇌세포가 파괴된 환자에게 복제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자라게 해 이식하면 되는 식이다.


윤경욱 차바이오 부사장은 "난치병을 타깃으로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며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치료제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인공장기나 인공혈액 등 면역거부 반응 문제가 많은 치료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아줄기세포의 이용 가능성/자료=차병원 주1)neurons(신경), retinal pigment epithelia(망막상피세포), cardiomyocytes (심근세포), cartilage(연골) 주2)왼쪽 그림 : ①정상난자→②난자에서 핵제거→③채취된 피부세포를 난자에 주입한 다음 융합→④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생성→⑤배아줄기세포를 필요한 세포로 분화

◇ 과학적으로 큰 성과, 상업화까지는 여정 험난= 이번 성과가 과학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상업적인 성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구진이 난자와 체세포를 결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낸 성공률은 2.6%에 불과했다. 차병원도 실용화하려면 줄기세포 확보효율을 높이는 것이 선행 과제라고 밝혔다.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교수는 "체세포 복제줄기세포 확보에 난자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난자의 이러한 원인 인자를 밝힌다면 확립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줄기세포를 질병 치료에 필요한 조직세포로 정확하게 분화시키는 것도 선결 과제다. 줄기세포업체 A대표는 "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세포로 분화시키고 꼭 필요한 세포만을 분리해 부작용을 없애야 치료제로 쓸 수 있다"며 "이는 복제줄기세포를 만드는 것과 또 다른 차원의 난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연구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난자 확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차병원 연구팀은 미국에서 건강한 여성들로부터 기증 받은 난자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차병원은 2009년부터 3년간 국내에서 유사한 기술로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차병원은 신선한 난자 사용이 허가되지 않아 냉동된 난자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태 이후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연구허가 조건이 까다로워져 이런 상황에서는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어렵다는 목소리다.

막대한 개발비 부담도 풀어야 할 숙제다. 줄기세포치료제가 치료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차바이오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환자맞춤형 망막상피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1명 임상시험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2000만원 수준이다. 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도 넘어야 한다.

☞용어설명줄기세포(stem cell)란?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원시(原始)세포. 난자와 정자가 결합돼 배아(수정란)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 다자란 성체줄기세포와 난자를 융합해 만든 '복제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라고 부른다. 반면 성인 골수나 지방 조직 등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은 '성체줄기세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