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 슬퍼하는데…'대책본부' 인천서 음악회 개최 물의

전남 진도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전 국민이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인천에서 1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러시아 음악의 밤' 행사가 열려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16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1100여명(총 1332석)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러시아 음악의 밤'이 개최됐다.


이번 '러시아 음악의 밤'은 주한 러시아연방 명예 총영사관이 주최하고 인천시, 인천시의회, 인천상공회의소가 후원했다. 오는 9월 열릴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개최를 기원하고 한국과 러시아가 음악을 통해 우정을 다지자는 이유에서였다.

제3회 러시아 음악의 밤 포스터/사진 제공= 인천문화예술회관

연주회에서는 수원대 박태영 교수가 지휘를 맡고 상트 페테르부르크국립음악원 출신 바리톤 김현오, 모스크바국립음악원 출신 바리톤 남완과 베이스 이연성의 남성미가 물씬 배어나는 3베이스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카츄샤, 아침안개, 검은눈동자를 비롯한 유명한 러시아 애창곡을 들려줘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한 관객은 “좌석이 꽉 찰 정도로 붐비는 등 성황을 이뤘다. 노래·춤 등 이렇게 감동적이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시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동 북방 1.8마일 해상에선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475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 4명이 숨지고 280여명이 실종돼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음악회 개최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세월호 탑승객 가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앞서 침몰사고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안타깝다. 여객선 객실과 엔진실까지도 철저히 확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보낸 위로서한을 통해 “이번 사고에 애통한 심경을 금할 길이 없다.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고 러시아에서 공연배우, 외국 대사 등이 인천에 온 상태여서 도저히 취소할 수 없었다”며“행사에는 사할린동포, 독거노인, 다문화가족도 참석해 인천아시안게임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등 뜻 깊은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로 고려산 진달래축제 전야제 등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