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도태에 뜨는 라이벌株

(왼쪽)한샘 침실가구, (오른쪽)보루네오 침실가구 세트.

라이벌 기업에 악재가 터진 기업들이 증시에서 반사익을 얻으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수 기업이 경쟁하는 과점시장에서 경쟁사의 도태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실적 성장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구업체 한샘 (52,100원 ▲1,300 +2.56%)은 지난 15일에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별도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비 40% 증가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1분기가 가구업계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특히 건설경기 회복에 따른 특판부문(B2B) 시장에서 경쟁사의 약화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국내 가구시장은 크게 가정용, 사무용, 특판용 가구(아파트용)로 나뉘는데 특판용 시장은 그간 보루네오. 퍼시스, 리바트의 점유율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보루네오 (49원 ▲2 +4.3%)가 경영난에 직면하며 한샘이 어부지리로 수혜를 보고 있다.

보루네오는 2012년 6월 에이엘팔레트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미국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섰지만 실적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 지난해 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를 받은 상태다.


보루네오가 빠져나간 시장을 공략한 한샘은 2013년 3분기부터 특판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쟁사가 주춤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 셈이다. 덕분에 쑥쑥 크는 실적과 함께 최근 1년간 주가는 무려 247.6% 급등했다.

해외 시장에서 원피를 수입·가공해 판매하는 국내 피혁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위 조광피혁 (51,100원 ▲700 +1.39%)을 필두로 삼양통상 (49,600원 0.00%), 유니켐 (1,650원 ▲3 +0.18%), 신우 (6,410원 ▼10 -0.16%)가 경쟁하던 구도에서 원피 가격 상승으로 3,4위 업체인 유니켐, 신우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국제 원피가격 상승으로 업계 전체가 고전하던 와중에 저가 공세를 폈던 유니켐(자본잠식)과 신우(회생절차 개시 신청)가 약화되면서 조광피혁과 삼양통상의 몸값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피혁 공급업체가 2개사로 압축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와 가격 협상력 증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덕분에 조광피혁과 삼양통상은 지난 1년간 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각각 135.4%와 32.9%씩 올랐다.

경쟁사 공장 화재로 납품 물량이 늘어나 호재를 맞은 기업도 있다. 갤럭시S5에 슬림PCB 부품을 납품하는 디에이피는 지난 3월10일 경기도 안성 반도체 생산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생산 중단 분야의 매출액은 1703억328만원으로 2012년 매출액의 5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화재 소식이 알려진 당일 디에이피 (2,960원 0.00%)의 주가는 12.59% 급락했다. 반면 같은 부품을 공급하는 코리아써키트 (15,410원 ▼60 -0.39%)는 6.28% 급등했다. 이후 주가수익률도 디에이피가 -17.7%, 코리아써키트 22.9%로 희비가 엇갈렸다.

(왼쪽)동서 '카누', (오른쪽) 남양유업 '프렌치까페'

영업직원이 대리점장에게 내뱉은 욕설 녹취록이 대중에 알려지며 곤욕을 치른 남양유업 (500,000원 ▼2,000 -0.40%) 사태는 경쟁사인 동서 (18,250원 ▼280 -1.51%)(커피믹스 사업)와 매일유업 (7,990원 ▲60 +0.76%)(분유 사업)에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를 제공했다.

남양유업은 분유시장의 1위 업체, 커피믹스 시장에서는 2위 업체로 분유시장에서 매일유업을 따돌리고 커피믹스 시장에서는 동서의 자회사(지분 50%)인 동서식품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욕설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뒤 지난해 시장점유율 하락과 함께 20년만에 적자전환(당기순적자 455억원)했다.

반면 매일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비 30.4% 증가한 347억원으로 집게됐다. 분유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말 기준 35%로 1위인 남양유업과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남양유업의 맹추격을 받던 동서도 소비자들의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한숨을 돌렸다.

다만 남양유업의 사례는 경쟁사가 시장에서 퇴출된 경우가 아니기에 경쟁사 '악재 효과'는 일시적일 거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실적이 안 좋았고 주가 낙폭이 컸기 때문에 남양유업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며 "욕설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라 회사의 경영 철학이나 투명성도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창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라이벌 기업이 도태되는 경우 경쟁업체가 그 물량을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며 "당장 업계 전체의 납품 물량 부족으로 가격 인상도 기대할 수 있어 큰 호재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