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급락에 실리콘밸리 자금조달 환경 악화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실리콘밸리 신생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지난 한 달간 이어진 기술주에 대한 매도 공세에 신생기업 투자와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실리콘밸리의 생태계가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신생기업에 돈을 대는 벤처캐피털은 투자에 더 조심스러워졌고 IPO 계획을 재고하거나 축소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판 트위터'로 유명한 웨이보도 나스닥시장 진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웨이보는 이날 IPO 공모가로 주당 17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예상범위(주당 17-19달러)의 맨 하단이다. 웨이보는 공모주 규모 역시 당초 기대했던 2000만주의 80% 수준인 1680만주로 줄였다.

웨이보가 IPO 규모를 축소한 것은 최근 나스닥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요 며칠 동안 소폭 반등했지만 이날 마감가는 3월 고점에 비해 6.5% 낮은 것이다.

주요 종목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이날까지 3월 고점 대비 17.1% 급락했고 트위터는 지난해 12월 고점에 비해 39.4% 폭락했다.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와 커뮤니티사이트 옐프는 각각 27.2%, 32.9% 하락했다. 인기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시사가'의 개발사인 킹디지털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6일 상장 이후 3주 만에 공모가에 비해 19.9% 떨어졌다.


기술주 매도세에 놀란 투자자들은 뚜렷한 실적으로 장외 주식 가격을 떠받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클라우드 기반 정보관리서비스 업체인 박스는 곧 IPO를 위한 투자설명회에 나설 전망인데 손실이 커 IPO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의 상호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글로브포스그룹은 지난달 IPO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최근 IPO를 실시한 IT(정보기술)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클라우드 기반 급여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페이콤소프트웨어는 지난 14일 기대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정했다. 킹디지털엔터테인먼트는 거래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15% 넘게 추락했다. 올해 신규 상장사 가운데 최악의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신생 IT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나빠지기는 사모시장도 마찬가지다. 차량공유서비스인 리프트와 사진공유서비스인 스냅챗 등에 투자했던 헤지펀드 코튜매니지먼트는 지난달 손실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20억달러를 되돌려주기로 했다.

WSJ는 전반적으로 보면 올해 IT기업들의 IPO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최근 기술주 매도세는 시장 환경이 얼마나 빨리 악화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뉴욕증시에서 IPO를 실시한 IT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2% 올랐다. 이는 2%가량 하락한 나스닥지수나 1%대의 상승세를 기록 중인 S&P500지수에 비하면 크게 선방한 것이다.

하지만 3D프린터 업체 복셀젯,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 비바시스템스 등 지난해 성공적으로 IPO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이날까지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