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달리는 말'(소형株)에서 내릴까 말까

"4월엔 대형주로 갈아타세요."

이번 달 들어서면서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외쳤던 말이다. 연초 이후 과열이라 불릴 정도로 소형주 중심의 급등장이 이어졌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월 이후 경기 지표 개선으로 인해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더 빛을 밝힐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과 달리 소형주는 지금까지 대형주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초를 분기점으로 소형주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도 연중 최고가로 치솟으면서 소형주 중심의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달리는 말에서 내려올지 아니면 좀 더 타고 갈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린다. 대형주의 상승추세를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소형주 상승 흐름에 올라탈 필요가 있다는 쪽과 지금이라도 대형주로 옮겨 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소형업종 지수 '사상최고'..코스닥 '연고점' 탈환=18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2000선(2004.28로 마감)에 안착했다. 소형업종 지수는 9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인 1658.48을 기록했다. 대형업종 지수도 이날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6일만에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지난 5일 연속 하락을 이어갔었다.


소형주 강세의 가장 주된 이유로는 시장의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소형주는 통상 경기가 턴어라운드하기 직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2013년 유럽 재정위기 등의 파고를 넘어서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건설, 해운, 조선업종의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약, 바이오 등 헬스케어 업종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의 수혜 기대감과 기관 투자자의 수급 개선도 소형주 상승에 힘이 돼 줬다. 연초 이후 기관의 중형주 순매수 규모는 5992억원, 소형주 순매수 규모는 318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지수의 상승 추세도 소형주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5.48포인트(0.97%) 오른 571.23에 마감하며 연고점을 탈환했다. 서울반도체 (9,560원 ▲40 +0.42%)가 6%대 급등하는 등 반도체주 강세장을 연출했다.

◇"소형주 과열…대형주로 갈아탈 때"=소형주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에서 대형주로 방향을 틀 시기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작년 초 신정부 집권에 따른 정부 정책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창조경제관련 IT, 의료, 콘텐츠 업종 등이 급등하다가 5월을 고점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한 전례가 있다.

올해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럴 때 낙폭과대 대형주를 매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7~8월 소외됐던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이 강한 랠리를 보였었다"며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중국 경기부양책이 나온 이후 대형주의 미니 랠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주의 종목별 향방은 실적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거의 전 업종이 실적 발표에 돌입한다. 22일 삼성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23일 OCI, 24일 대림산업, 기아차, SK하이닉스, 삼성물산, 현대차, POSCO, 제일기획, 25일 현대건설, 삼성정밀화학, 삼성SDI, 삼성전기, 현대하이스코, SK이노베이션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아차,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POSCO, 현대차 영업이익은 감소가,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