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파버스' 사고재연…급발진 의혹 이번엔 풀릴까?

송파경찰서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송파구 송파동 석촌호수 버스 정류장 앞에서 지난달 19일 송파구청 앞에서 발생한 '송파버스사고'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고원인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는 송파버스 사고와 관련 경찰이 사고 상황을 재연했다. 경찰은 사고당시 급발진 가능성과 주요 부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이 같은 과정을 밟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열흘 뒤 재연 내용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송파버스 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주유소 인근에서 당시 사고 버스인 3318번 버스차량이 이동한 1138m의 경로를 69초 동안 비슷한 속도로 맞춰가는 방식으로 1시간 가량 진행했다.


이를 위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차량부품사 관계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엔진제어장치(ECU)와 변속기제어장치(TCU), 에어스위치(브레이크 페달 조작 시 제동등 점등 및 ECU에 제동신호 전달 장치),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제동등 등 6개 주요 부품을 사고 당시 차량에서 그대로 떼어내 재연차량에 부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연을 통해 주요 부품 오작동 여부와 가능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또 정상적인 운전 상황에서도 사고 당시와 비슷한 속도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여부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차량은 당시 최대 78km까지 속도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연차량도 3차례의 시도 끝에 비슷한 속도로 같은 경로를 이동했다. 다만 이 차량은 사고위험을 우려해 사고차량이 급하게 우회전을 하던 당시 속도인 시속 70km는 재연하지 못하고 시속 45km로 저속 운행했다.


특히 경찰은 풋 브레이크가 아닌 버스의 리타더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때 속도 변화를 확인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리타더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는 수동 제동장치로 제동력이 풋 브레이크보다 강하고 전자장치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재연운전은 사고차량을 운전하다 숨진 염모씨(60)의 같은 회사 동료인 김모씨가 맡았다. 김씨는 기자들과 만나 "리타더 브레이크를 작동해보니 버스 속도가 75km에서 45km 정도로 줄었다"며 "사이드 브레이크를 작동해도 풋브레이크와 비슷한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염씨는 평소 김씨에게 "풋 브레이크만 사용하면 열이 생겨 브레이크가 밀릴 수 있으니 리타더를 먼저 사용한 뒤 풋 브레이크를 사용하라"고 숙지시킬 정도로 리타더 레이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블랙박스 분석에서 사고 전 염씨가 리타더 브레이크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사용한 모습이 없었다고 밝혀 이 부분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밤 11시43분쯤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염씨가 몰던 3318번 버스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등 승용차량 3대를 연달아 부딪혔다. 1차 충돌에도 버스는 멈추지 않고 1138m 정도의 거리를 계속 주행했다.

이어 69초 뒤 신천동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옆 차로의 택시와 승용차량 등 차량 5대를 스친 뒤 앞에 있던 30-1번 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자 염씨와 30-1번 버스 승객 이모씨(19) 등 3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