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조원 중국시장서 성공한 한국 제약사 비결은?

# 한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를 맺기 3년 전인 1989년. 임성기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 임 회장은 중국 사람들이 어린이 전용 약이 없어 어른 약을 쪼개 아이에게 먹이는 것을 보고 어린이 전용 약을 현지서 출시하면 큰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92년 수교 직후 임 회장은 실제 중국 투자에 나섰고, 1996년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을 설립한다.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9억6000만 위안(1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린이용 정강제(유산균 제품)인 '마미아이'는 현지 시장점유율 1위로 연간 4억4000만 위안(70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북경한미 연도별 매출액 추이

중국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한국 제약사들이 중국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의 의약품 중국 수출규모는 2400억원 정도였다. 중국 의약품 시장이 1조 위안(17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0.14%에 그치는 수치다. 특히 중국 의약품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 2020년에는 2조300억위안(3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 제약사들은 중국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알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의약품시장은 의외로 전통 의약품 비중이 높고, 화학 의약품은 허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중국은 영토가 넓어 제약시장도 복잡한 유통구조를 갖는만큼 제약 유통망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의 중국 진출은 생산, 영업, 개발까지 모두 현지화하는 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저가 의약품과 경쟁이 필요 없는 특화된 의약품으로 공략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일부 제약업계는 '기술이전' 등의 방법으로 중국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과 녹십자, 보령제약 같은 중국에서 실제 성과를 내는 제약사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자세도 요구된다.


한미약품은 철저한 현지화로 만리장성을 넘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북경한미약품의 영업사원은 1028명. 이중 70% 이상이 의대와 약대 출신이다. 159명의 연구원 중 90% 이상은 석·박사 출신이다. 박노석 한미약품 이사는 "처음에는 수출을 통해 영업망을 구축하고 난 뒤 생산시설을 만들었다"며 "중국 유통망이 복잡하다는 것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미리 준비한 것도 성공 배경"이라고 말했다.

녹십자 (109,100원 ▼1,500 -1.36%)는 특화된 제품으로 중국에서 성과를 낸 케이스다. 녹십자는 1995년 중국에 혈액제재 공장인 GC차이나를 세웠다. 이곳에서 만든 혈액제재는 중국 혈액시장 에서 10%의 점유율를 차지하고 있다. 녹십자의 지난해 현지 매출은 30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6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령제약 (11,050원 ▼160 -1.43%)은 중국 상위 제약사에 자체 개발 고혈압신약인 카나브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안착했다. 보령제약의 사업 파트너인 글로리아파마는 중국 내 5000여개 병원과 거래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기술이전료로 540만 달러를 받았고, 앞으로 10년간 4억2800만위안(800억원)어치의 판매를 보장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