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회사채 발행 잇단 흥행, 온기 확산될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올 들어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신용등급 A급 기업들이 반전에 나섰다. 경쟁력을 갖춘 A급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흥행 사례가 이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20,900원 ▼400 -1.88%)(신용등급 A+)가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 16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 자금 4150억원이 몰렸다. 특히 만기 3년물에 발행액(5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25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예상 밖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리 수준은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3.093%, 3.397%로 개별 민평금리(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하이트진로 회사채의 금리 평균)에서 각각 0.15%포인트와 0.1%포인트를 뺀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5년물 발행금리도 3.919%로 개별 민평금리에서 0.01%포인트를 뺀 수준으로 잠정 결정됐다.

하이트진로는 발행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려 다음달 30일 만기를 맞는 회사채 1500억원을 차환하는데 이어 추가로 내년 3월 만기인 은행권 대출까지 조기상환키로 했다. 연 금리 3.90%의 은행권 대출을 미리 상환, 낮은 금리로 갈아타면서 하이트진로 입장에선 이자 부담이 줄게 됐다.

앞서 LS엠트론(A+)도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1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당초 발행 예정액의 4배가 넘는 3200억의 기관 투자 수요를 모았다. LS엠트론은 발행규모를 950억원으로 늘려 다음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 CP(기업어음)를 추가로 차환키로 했다.

GS이앤알(A+)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4200억원의 기관투자금이 몰리면서 최종 발행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렸다.

A급 회사채 발행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오는 23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는 현대비앤지스틸에 집중됐다. 현대비앤지스틸 (19,990원 ▼1,110 -5.26%)은 3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해소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경쟁력을 갖춘 A급 기업의 차별화된 인기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개별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되는 A등급 회사채라고 해도 AA등급보다는 금리가 높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