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에 '채증' 논란…경찰 "검거 목적 아냐"

20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에서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이 대치 중인 가운데 채증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등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해 5일째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일 오전 청와대로 가겠다는 일부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이 대치한 상황에서 경찰의 현장 채증이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딘 구조작업과 부처 간 발표혼선 등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20일 오전 70여명 규모로 2대의 관광버스를 나눠 타고 청와대로 이동하려 했으나 진도체육관 앞에 대기 중이던 경찰에 저지당했다. 결국 10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가두시위를 벌이며 진도대교 방향으로 행진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4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의 대치상황은 20일 오전 10시20분까지 전남대교 인근에서 계속됐다.

한편 이 과정에서 일부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여러 대의 채증 카메라를 사용해 채증 활동을 벌여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가 범죄자냐"며 항의했다.

경찰의 채증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도 "비통에 젖어있는 학부모들을 범죄자 취급하다니", "길을 막는 것도 모자라 채증까지 하는 것이 말이 되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경찰청예규 제472호 채증활동규칙에 따르면 '채증'이란 각종 집회·시위 및 치안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 침해 및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에 '무분별한 채증을 막기 위해 채증 범위와 대상을 제한하라'는 권고를 보내기도 했다.

채증 논란에 대해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마찰이나 접촉이 있게 되면 나중에 '맞았다', '안 맞았다' 하는 주장이 엇갈릴 수 있어서 대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기 위한 기록용 채증"이라며 "검거를 목적으로 한 채증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경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6825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8시55분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되며 해경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 선박에는 승객과 선원 등 총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300여명도 포함돼 있었다.

20일 오후 4시 현재까지 174명이 구조됐으며 확인된 사망자 수는 5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