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에 "수학여행 폐지하자"…누리꾼 갑론을박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당일인 지난 16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서명운동이 올라와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사진=다음 아고라 캡처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등 4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중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에 대해 사고 5일째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학교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당일인 지난 16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서명운동이 올라왔다.


이 서명운동을 제안한 누리꾼은 "지금보다 어려웠던 시절에 단체 여행을 통해 경비 절약, 협동심 배양, 야외 학습 체험 등이 효과가 있던 시절의 수학여행·수련회 등은 나름 낭만도 있었고 교육적 효과도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의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은 굳이 단체 이동을 하며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행사 이후의 후유증(왕따, 절도, 폭력 등)에 시달리는데 수 십 년 째 없애지 못하고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누리꾼은 또 "해마다 크고 작은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비보를 접하면서 다시 한번 의문이 생긴다"며 "정부가 제도적, 법적으로 (수학여행 등을) 학교 자율로 하거나 단체 수학여행은 없애고 다른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명운동은 이달 30일까지 5만명의 서명을 받는 것이 목표다. 20일 오후 6시 현재 서명인원은 2만 80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자신을 중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같은 게시판에 '수학여행, 수련회 폐지 반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학생은 "이번 침몰 사고에 학교 친구들도 다들 슬퍼했지만 학생들은 다들 수학여행을 가고 싶어한다"며 "길거리에서 묻지마 폭행을 했으니 '길거리에 다니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와 다를 게 뭡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학생은 또 "학창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수학여행을 폐지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의 실수지 수학여행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를 대며 수학여행 폐지를 다시 생각해 달라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병대 캠프 사고나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에 이어 또 사고가 발생했으니 당분간은 좀 줄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련회 갔을 때 마치 군대식으로 훈련 받던 것만 떠오른다. 그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김에 폐지하자", "전체 수학여행은 아니더라도 당분간 배를 이용한 수학여행은 중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들은 "수학여행에서 사고 났다고 수학여행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 원인을 잘못 짚었다", "학생들이 그나마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인데 이걸 빼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수학여행을 폐지한다고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나. 세월호의 문제는 수학여행이 아니다" 등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