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전기차에 미래 있다"… 계열사 동원령

SK이노베이션이 2012년 9월 배터리 생산을 위한 서산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부터 다섯번째), 김신배 SK 부회장( 네번째), 김재열 SK 부회장(세번째),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여섯번째) 등이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에 에너지와 화학소재, 정보통신기술(ICT), 유통 부문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밸류 체인'(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활동·기능·과정의 연계) 구축에 나섰다.

SK그룹 관계자는 22일 "계열사들이 각 분야에서 장점을 살려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따로 또 같이' 경영시스템을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기차 부문에 5개 계열사가 협업 체계를 갖췄다.


우선 SK이노베이션 (108,400원 ▼2,200 -1.99%)은 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출시된 기아자동차 '쏘울 EV'에 27킬로와트아우어(kWh) 급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공급한다. 한번 충전하면 148km를 주행할 수 있고, 충전도 33분 만에 가능할 정도의 기술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6년 정보기술(IT) 제품용 리튬이온 폴리모전지 연구·개발에 착수, 8년만인 2004년 세계에서 3번째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에는 전기차 1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200MWh(메가와트아우어) 규모의 공장을 충남 서산에 완공했고, 올 1분기에는 설비를 300MWh 규모로 늘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세기의 자동차가 휘발유로 움직였다면 21세기 자동차는 배터리로 달린다"며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장거리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데 그 첫 주자가 바로 전기차 배터리"라고 말했다.


또한 SK케미칼 (44,400원 ▲200 +0.45%)은 일본 데이진과 합작해 '이니츠'를 설립,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차량 부품 소재인 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PPS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무게가 철에 비해 가볍지만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뛰어나 '경량화'가 생명인 전기차에 사용된다. SK케미칼은 23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전시회 '차이나플라스2014'에도 '에코트란'이란 브랜드의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공개한다.

이와 함께 SK C&C (160,700원 ▼1,400 -0.86%)는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IT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담당한다. 공정 자동화를 위한 MES(제조관리 시스템)와 연구·개발 단계부터 판매까지 제품 생애주기의 품질 관리를 위한 QMS(품질관리시스템)를 구축했다.

SK네트웍스 (5,560원 ▲140 +2.58%)는 전기차 보급을 맡는다. 자동차 서비스 브랜드 '스피드메이트 렌터카'를 통해 제주에 전기차 배터리 급속충전기 7기를 설치하고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전기차 렌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SK플래닛은 스마트폰으로 배터리 충전 현황을 파악해 주행 거리를 예측하게 하고, 차 안에서 음악과 사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텔레매틱스' 분야에 역량을 갖추고 있다. SK플래닛의 텔레매틱스 기술은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에 구현됐다.

SK그룹이 이처럼 전기차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15만300대였는데 내년에는 30만5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분야에서 주도권을 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았고, 충전시설 등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시장을 선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자동차를 잘 만들려면 부품소재, 모터, 배터리, 위치기반 경로 안내, 각종 센서와 제어, 네트워크, 정보 안내 등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며 "에너지, 소재, 정보통신, 유통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계사들이 전기차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