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한항공, 퇴역기 기증두고 '신경전'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우주항공박물관내 퇴역 항공기 전시를 놓고 대한항공 (19,980원 ▼320 -1.58%)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JDC는 항공기 이전과 함께 전시장까지 운송비용 등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한항공은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23일 JDC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따르면 박물관은 이달 24일 개관을 앞두고 대한항공으로부터 올해 초 퇴역한 항공기 'A300'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은 잔디광장내 6000㎡ 부지를 마련, 해당 항공기를 전시하고 관람객들에게 조종석과 객실 관람을 비롯해 비상 대피 실습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A300은 퇴역기종 가운데 가장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국내에서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어 (대한항공에) 박물관 전시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전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기체 분해와 제주까지 운송, 운송 후 조립 등 비용부담 주체를 놓고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박물관에 따르면 기체 분해에서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은 모두 12억원. 박물관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대한항공에 비용부담까지 요청했다.

박물관은 해당 기종 전시 조건으로 기체에 새겨진 대한항공 로고와 브랜드 등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관람과 함께 비상 대치 실습 등을 통한 대한항공 이미지 홍보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을 설득하고 있다.


강승무 JDC 항공우주박물관처장은 "대한항공이 해당 기종 3대를 보유 중인데 한진그룹이 인하대와 특전사 등에 각각 1대씩 기증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나머지 1대를 공익 목적으로 박물관에 전시하자는 것인데 대한항공이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악화로 12억원 비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당 기종의 용처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박물관 기증과 관련해 직접 언급을 피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300 3대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각 어디로 보낼지 결정된 게 없다"며 "박물관에 기증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A300은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1972년 제작한 중거리용 항공기다. 개발 초기 안전성과 경제성 등이 입증되지 않아 판매 부진에 허덕이다 1975년 대한항공이 유럽외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해당 기종을 도입했다.

대한항공이 이 기종을 동남아 노선에서 성공적으로 운행하자 타 국가 항공사들도 구매에 나서면서 에어버스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