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2000 안착' 진통 언제까지

기쁨은 잠시였다. 코스피 지수가 아슬아슬하게 2000선을 빗겨갔다. '반짝 매수' 움직임을 보였던 기관이 하루만에 '팔자'에 나섰고 외국인 매수 강도가 종전보다 약해진 영향이 컸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보다 5.06포인트(0.25%) 하락한 1999.22로 장을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18일) 2004.28을 기록한지 하루만에 2000 밑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755억원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기관이 방향키를 돌렸다. 기관은 순매수를 나타낸지 하루만에 '팔자'로 전환해 1207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투신 매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날 하루 동안 883억원 가량 투신 매물이 쏟아졌다.

/사진제공=동양증권 리서치센터.

◇2주 넘게 이어지는 '펀드환매' 여전한 부담=환매 부담은 지수가 깔딱 고개를 넘는데 가장 큰 복병으로 꼽힌다. 투신 수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511억원 순유출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이후 17거래일 연속 순유출이다.

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있지만 부담의 정도는 과거에 비해 약해진 모습이다. 금투업계에서는 남은 환매 부담이 약 2조1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펀드 환매 부담이 지수 상승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증시 상승의 걸림돌로서 역할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고비는 '2050'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3년간 박스권 상단으로서 의미를 지녔던 '2000'에서는 환매 기회가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작년 지수대별 자금 유출입을 보면 2000 부근 보다 2050에 가까워질수록 국내주식(ETF제외) 펀드의 일간 환매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2011~2013년 투자자들은 1800~1900의 투자비중이 높기 때문에 2000에서 환매하기보다는 작년처럼 2050에 가까워질수록 적극적인 환매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며 "2050이 더 큰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머징 주식 사는 외국인, 韓 매수규모 축소=외국인 순매수 부분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지난달 26일 이후 매수행진을 이어오고 있지만 전주부터 매수강도가 급격히 약해지고 있기 때문.

지난주(14~18일)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643억원으로 전주(7~11일) 1조275억원 대비 절반 정도 규모로 축소됐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755억원으로 전날 순매수 규모(1211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종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외국인들이 한국 뿐 아니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이전만큼 센 것은 아니지만 줄곧 1000억원 부근에서 순매수를 이어가는 한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최근 4주 동안 한국과 대만이 외국인 순매수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현재 환율과 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외국인은 순매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4년째 줄어들고 있는 기업 이익의 감소폭이 원화 절상 폭보다 클 경우 외국인이 느끼는 국내 주식의 매력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