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슈퍼엔젤' 4인방, 그들이 온다

"한국형 드로기(Droege) 모델을 구축하자"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경제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나온 제안이다. 1988년 독일에서 설립된 드로기그룹은 투자회사이자 경영전략 자문회사다. 한국인들에게 다소 낯선 곳이지만 유럽 등에서는 혁신적인 투자회사로 각광받고 있다.


드로기그룹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에 비견된다. 실제로 두 곳은 장기투자를 통해 가치성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투자만으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드로기그룹은 경영전략 자문 등의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투자와 컨설팅이 융합된 모델인 셈이다.

드로기그룹은 이를 '에버그린 인베스트먼트'(Evergreen Investment)라고 부른다. 혁신이 필요한 기업에게 경영전략 자문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일종의 '파트너 금융 모델'이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속설이 자리 잡은 국내 금융환경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경제인들 간의 토론회에서 '드로기 모델'이 언급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 드로기 모델과 소셜캐피탈리즘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의 오후 금융 분과회의는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의 '창조경제와 혁신을 위한 한국 금융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로 막을 연다.

금융 분과회의 좌장인 정 사장의 연설에 이어 요르그 뉘른베르크 드로기그룹 차이나 대표가 '에버그린 인베스트먼트의 실제'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2009년 드로기그룹의 중국지역 책임자가 된 뉘른베르크 대표는 현재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컨설팅 및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현업 책임자로서 드로기그룹의 운용 철학과 성과를 청중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이어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캐피탈리즘'에 대한 조명도 이뤄진다. 앤드류 박 블룸버그 지속가능성 매니저가 '소셜캐피탈리즘의 정의와 의미, 성공사례'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그는 현재 블룸버그의 여러 서비스와 지속가능성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소셜캐피탈리즘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김성우 KPMG 지속가능경영본부 전무의 발표도 이어진다.

◇ 실리콘밸리 '슈퍼엔젤' 4인방

금융 분과회의의 대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날아온 '슈퍼엔젤 투자자'들이 장식한다. '슈퍼엔젤'은 한 기업에 대해 창업 단계부터 성장 단계까지 아울러 투자하는 이들을 말한다. 창업 초기기업에만 투자하는 엔젤투자자의 진화된 형태다. 슈퍼엔젤은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에 대한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2014 키플랫폼'에 참석하는 실리콘밸리 슈퍼엔젤 4인방은 게르드 고트 지멘스 벤처캐피탈 파트너, 스킵 플레시먼 에셋매니지먼트 벤처스 파트너, 데이비드 시머 시머벤처스 설립자,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다. 이들은 창업기업의 지속 성장 파트너로서의 자신들의 역할과 철학에 대해 각각 발표에 나선다.

특히 한국계인 남 대표가 공동창업한 스톰벤처스는 2005년 어려움에 처해있던 국내 모바일게임 업체 컴투스에 400만달러(약 42억원)을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투자 이후 남 대표는 컴투스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며 꾸준히 조언을 해주는 한편 컴투스의 미국법인 설립 때 본사 사무실까지 빌려주는 등의 도움을 줬다.

괴테 파트너는 에너지, 친환경기술, 운송 분야의 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시머가 설립한 시머벤처스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가운데 하나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플레시먼 파트너는 디지털의료, 모바일, 빅데이터 분야의 신생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