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만루' 롯데쇼핑..정통파 이원준 사장 통할까?

이원준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신임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롯데그룹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이사가 계열사 납품비리로 내홍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 (69,200원 ▲2,400 +3.59%)의 긴급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 사장은 롯데그룹 공채 출신으로 30여년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한 정통파 유통맨으로 위기의 롯데백화점을 살릴 최적임자라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23일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을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 발령한다고 밝혔다. 신헌 전 롯데쇼핑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6일만에 후임 인사를 전격 단행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금명간에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열고 인사 후속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영업+상품' 두루 거친 CEO, 온화한 덕장=이 사장은 청주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줄곧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했다. 1999년 롯데백화점 숙녀매입팀장, 2000년 숙녀잡화 매입 부문장을 거쳐 2004년 롯데백화점 본점장을 맡았다. 당시 본점과 영플라자에 명품관인 '에비뉴엘'까지 새롭게 문을 열며 소공동 롯데타운 시대가 열렸던 초기였다.

이 사장은 특히 본점장 시절 매일 2∼3차례씩 일선 매장을 돌아볼 정도로 꼼꼼하고 성실한 인물로 통한다. 매장을 돌때 구두 대신 운동화로 갈아 신고 비상계단을 누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지하 1층∼지상 9층)을 1차례만 돌아도 10㎞를 훌쩍 넘는다. 매장 직원들 사이에 "양복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긴장하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2008년에는 상품본부장으로, 2011년에는 영업본부장으로도 활약했다. 상품기획과 영업은 백화점의 핵심 사업부로 역대 롯데백화점 사장 중에서도 영업 상품부문을 두루 총괄한 인물은 없었다. 이 사장은 온화한 맏형 이미지로 직원들의 신임도 두텁다는 평이다.


◇중소기업 발굴부터 해외 진출까지 본 궤도 올려놔=이 사장은 중소 협력사와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화점 상품본부장 시절 중소 협력사 상품을 모아 기획 행사를 한 '온니(Only) 롯데'가 그의 대표작. 300여개 협력사와의 전진대회에서 "경기 상황을 고려해 수수료(마진)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겠다"고 선언해 박수를 받은 일화도 있다.

그는 2012년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패션잡화, 쥬얼리, 화장품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검증받은 중소.중견업체 브랜드를 적극 발굴해 50여개 국산 브랜드를 롯데면세점에 새로 입점시켰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면세점과 괌 국제공항 면세점의 사업권을 잇따라 따내며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외국인 마케팅으로 롯데면세점 매출도 끌어올렸다.

◇4개 사업부 총지휘, 이미지 회복 등 극복할 과제도 산적=그러나 이 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많고 높다. 백화점, 마트, 슈퍼, 시네마로 구성된 롯데쇼핑의 총 지휘자로 각 사업부별 조율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금탈루와 납품비리로 얼룩진 롯데그룹의 대내외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홍콩, 베트남 등 해외법인의 수 천 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도 그의 과제다.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이 사장의 숙제다. 롯데쇼핑은 국내 18개 점포를 담보로 부동산투자신탁을 설립해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투자수익률 등이 맞지 않아 이를 보류한 상태다. 롯데백화점의 급한 불을 그가 어떻게 진화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