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출발점, "그곳에 노란리본이 있었네"

머니투데이

이지혜 기자

23일 인천연안여객터미널 2층에 위치한 청해진해운 인천사무소 입구에 노란리본이 묶여 있다. '탑승객들의 기적과 같은 귀환'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사진=이지혜 기자

세월호의 출발점이었던 인천 항동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지난 23일 아침 7시30분, 터미널에 들어서자 대기실 의자를 비롯한 곳곳에 노란 리본이 묶여 있었다. 청해진해운의 터미널 내 사무실 문 앞에도 어김없이 노란리본이 달려 있었다. 노란리본은 세월호 탑승자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누군가 달기 시작했다. 24일 수업을 재개한 단원고 교문 앞에도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은 연안 섬 주민들과 군인, 관광객들의 발길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근 백령도와 연평도, 덕적도, 자월도 등을 잇는 선박은 대부분 오전 8시에서 오전 10시 사이에 출항하기 때문에 하루 중에서도 유난히 승객들이 붐비는 시간대였다.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선박회사도 다르고, 선박 종류도 다르지만 세월호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었다. 연평도에 산다는 한 주민은 "섬에 살고 있고, 인천으로 나와 일을 봐야 하기 때문에 1주일에도 몇 번씩 배를 타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배를 타는 것이 영 불안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먹고 살려면 수시로 배를 타고 이 터미널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10시 출항하는 연평도행 플라잉카페리호 탑승을 준비하는 사람들/사진=이지헤 기자

현재 이 터미널에서는 청해진해운 외 4개 해운회사가 여전히 백령항로와 덕정항로, 이작항로, 연평항로 등을 1일 9회씩(평일 기준) 운항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명씩 이곳에서 배를 타고 내린다.

한 해운회사 관계자는 "이곳 배들은 섬 주민과 군인들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할 발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터미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주민들이나 휴가 나온 군인들까지 어두운 모습이어서 안쓰럽다"고 말했다.

대기실 의자마다 묶여 있는 노란 리본/사진=이지혜 기자

이 터미널에서 운항 중인 9개 선박의 정원은 모두 합치면 3123석 규모. 그러나 하루 실제 탑승객수는 매회별로 100여 명 남짓이다. 대부분 선박은 전체 탑승 규모에 비해 승객들이 3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주말에는 섬의 해안길이나 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며 수익을 맞췄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지난 주말에는 그런 발길도 뚝 끊겼다.

또 다른 해운회사 관계자는 "이 터미널은 원래 섬 주민이나 군인 외에도 섬을 찾아 새로운 기운을 차리고 힘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수 천 명씩 몰렸던 곳"이라며 "우리 터미널에 매달아 놓은 노란리본의 간절함처럼 이 터미널에서 다시 희망이 싹 텄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