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외부인사 수혈로 돌파구 찾는다

네패스, 성호전자 등 전자업종 중견기업들이 최근 글로벌기업 출신 인사를 활발하게 영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수혈을 통해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한편,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재료회사 네패스 (17,610원 ▼1,040 -5.58%)는 실적 개선을 위한 '구원투수'로 김정일 전 시그네틱스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최근 영입했다. 네패스 내에서 부회장 직급을 가진 임원은 김 부회장이 유일하다.

김정일 네패스 부회장

김 부회장은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UC버클리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IBM왓슨,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연구원을 거쳐 앰코테크놀로지 부사장, 파이컴(현 솔브레인이엔지) 사장, 시그네틱스 사장 등 30년 이상 국내외 유수 반도체 업체들을 거친 이 분야 전문가다.

김 부회장은 네패스에서 반도체 제조와 재료생산 등 반도체사업 전반을 관할한다. 특히 이 회사가 지난해 9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것과 관련, 김 부회장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거래선 확보에서 역량을 발휘, 흑자전환을 이끌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필름콘덴서 등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성호전자 역시 박영준 전 삼성전자 상무를 사장 직급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박 사장은 서울대 공대를 나와 삼성전자에 입사, 디지털미디어(DM)연구소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등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했다.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LED)사업부 개발팀장(상무)도 역임하는 등 삼성전자 내에서 30년 가까이 개발업무만을 담당해온 연구개발(R&D) 통이다.

박영준 성호전자 사장

박 사장은 성호전자에서 신재생에너지, 인버터, LED 등 회사의 신성장동력 개발업무를 총괄한다. 박 사장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조기에 안정화함으로써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 턴어라운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성호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박 사장 영업으로 제품 선행개발 등에서 효과가 빠르게 나오고 있다"며 "개발뿐 아니라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직원의 성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특정개인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무형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무는 "삼성과 LG, 현대차 등 글로벌시장에서 선전하는 국내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협력사들이 지난 3∼4년 사이 중소기업에서 대거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이 과정에서 중견기업들은 글로벌 기업 출신 인사들을 전문경영인 및 임원으로 영입해 그들로부터 노하우를 얻고 내부 시스템도 선진화함으로써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