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타고 보자" 정부, 예산낭비 실태 보니…

정부 기관이 남은 예산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해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결과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38개 중앙행정기관과 46개 소속기관, 26개 지방 및 교육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재정집행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안정적인 곡물 공급을 위해 2011~2013년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총 642억원을 출자, 미국 내 곡물유통기업의 인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사업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부터 편성함으로써 2년간 시장조사에 55억원을 사용하고도 인수 가능한 기업을 찾지 못했다. 결국 남은 출자금 587억원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가보훈처의 경우, 광화문 광장의 소유주인 서울시와 사전 협의도 없이 광화문 광장에 '호국보훈의 불꽃 조형물'을 건립하는데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의 반대로 중단됐다.


특히 소요 예산에 대한 정확한 검토 없이 일단 많이 편성하고 보자는 관행도 여전했다. 방위사업청은 2013년 '차륜형 전투차량' 등 3개 연구개발사업의 투자방식을 정부투자에서 방산업체나 민간기업이 개발비용 일부를 대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정작 예산 편성은 전액 정부투자 방식을 기준으로 총 152억원을 잡아 134억원의 예산이 불용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차액 등의 남은 예산을 임의로 사용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교육부의 경우 전국 시·도 교육청의 '영어회화 전문강사 채용'과 관련, 재정지원이 필요없음에도 예산소진을 목적으로 2013년 5월 487억원을 추가 교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은 방제장비 구매 예산 13억원 중 3억원 가량을 계획에 없던 순찰용 차량 21대를 구매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집행가능성에 대한 검토없이 '밀어내기식'으로 보조금을 교부한 사례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북 영주시의 '한문화테마파크' 등 15개 사업의 집행률이 19%에 불과해 사업예산이 계속 이월됐는데도 지난해 458억원의 보조금을 추가 교부했다. 그 결과, 2013년 10월말 기준 15개 사업에서 미집행된 보조금 잔액은 8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 해당 기관들에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관행과 관련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