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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드림라이너787, 볼트 하나 때문에...

[김신회의 터닝포인트]<37>보잉, 공급망 관리시스템 개혁의 역풍

김신회의 터닝포인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입력 : 2014.04.28 07:19|조회 : 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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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보잉 차세대 여객기 '드림라이너787'/사진=블룸버그
보잉 차세대 여객기 '드림라이너787'/사진=블룸버그


'꿈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미국 보잉의 차세대 여객기 '드림라이너787'은 당대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1912년 건조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와 견줄만하다.

건조과정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둘의 공통점이다. 둘 모두 두 물체를 접합하는 데 필요한 볼트와 너트, 리벳 같은 부품이 부족했다. 다만 보잉과 타이타닉을 만든 조선소의 대응방식은 달랐다. 보잉은 부품난을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았다가 역풍에 직면했고 타이타닉을 건조한 북아일랜드의 하랜드앤드울프 조선소는 함량 미달의 불량 리벳을 사용해 화를 자초했다.

훗날 미국 연구진은 타이타닉호의 첫 항해가 15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참사로 끝난 데는 불량 리벳 탓이 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잉이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에 '드림라이너787'을 처음 인도한 것은 당초 예정보다 3년여나 늦은 2011년 9월이었다.

비행기 인도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진 원인은 당시 항공기 제조업계에 만연했던 패스너 공급난에 있었다. 패스너는 두 물체를 접합하는 데 쓰는 볼트와 너트, 리벳 등을 통칭한다. 항공기 생산 비용에서 패스너가 차지하는 비중은 3%밖에 안 되지만 패스너가 없으면 최첨단 부품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패스너 공급난은 2001년 전 세계를 경악시킨 9·11테러에서 비롯됐다. 미국 심장부인 뉴욕 한복판에 있던 세계무역센터가 여객기 테러로 무너지자 항공시장엔 침체가 닥쳤고 파장은 항공기 부품 업계로 확산됐다. 그 결과 2006년 말 항공기용 패스너 부문의 설비 가동률은 80-90%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잉은 2007년에 심사숙고 끝에 패스너 조달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패스너는 보잉뿐 아니라 협력사들도 두루 사용하지만 제각각 조달하기 때문에 패스너 공급업체들은 수요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9·11 테러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항공기 산업이 회복기에 접어든 2004년 이후에도 패스너 업체들이 설비 가동률 높이기를 꺼렸던 이유다.

아울러 보잉의 자체 분석 결과 패스너 업체들이 당장 설비 가동률을 높여도 공급난은 2012년까지 지속될 전망이었다.

보잉은 결국 패스너 조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스너 업체들이 향후 수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보잉은 자사와 주요 협력사 6곳의 패스너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패스너 조달 모델'(FPM)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공급망을 통합하면 패스너 주문과 재고 관리 효율성이 높아지고 가격 협상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패스너 업체들도 수요를 예상할 수 있으니 안정적인 부품 공급이 가능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정작 FPM을 도입하려 하자 회사 안팎에서 불만이 쇄도했다. 우선 패스너 공급업체들은 보잉과 직거래 시스템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패스너 공급업체들은 원래 항공기의 특정 부분이 완성될 때마다 부품 값을 받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항공기가 다 만들어지고 나서야 부품 대금을 챙길 수 있었다. 더욱이 패스너 업체들은 보잉의 요청대로 가격정보를 공유하는 데도 부담을 느꼈다. FPM에서 소외된 유통업자들의 불만도 컸다. 보잉의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각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패스너 조달 시스템을 개혁하려던 보잉의 노력은 큰 결실을 보지 못했고 드림라이너787의 인도시기만 3년여 늦어졌다.

이에대해 보잉의 사례를 연구한 라비 아누핀디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패스너 같은 작은 부품에 대한 부주의가 회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패스너 조달 시스템을 개선하려던 보잉의 노력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 것을 두고 공급망 관리를 비롯한 주요 경영전략에 큰 변화를 줄 때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파트너의 이해관계를 먼저 감안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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