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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 잔말 말고 승객 탈출시켜요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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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 잔말 말고 승객 탈출시켜요 당장!"

머니투데이
  • 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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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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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상급자에 '직언' 못하는 한국사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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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8월6일 새벽 1시42분, 괌 아가나 국제공항에 곧 착륙할 예정이던 김포공항 발 대한항공 801편. 부기장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안 보이잖아?" 비가 오고 있었고 괌의 활주로는 보이지 않았다. 고도는 고작 500피트(152m).

기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어!" 기장이 놀라며 입을 뗀 것은 3초가 지나서였다. 1시42분 19초. 부기장이 다시 말했다. "착륙을 포기합시다". 그러나 기장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1시42분 22초. 부기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안 보이죠? 착륙 포기!". 1시42분 23초. 그제야 기장이 대답했다. "고 어라운드"(Go around: 착륙포기).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1시42분 26초. 대한항공 801편은 언덕을 들이받고 추락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탑승자 254명 가운데 228명이 숨졌다. 대한항공의 보잉 747기 괌 추락 사고 당시 조종석에서 이뤄진 일이다.

당시 기장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다. 기장이 빨리 '선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부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대신 했어야 했다. 그러나 부기장은 줄곧 기장의 눈치만 살폈다. 그게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그 이유를 '권력 간격 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에서 찾았다. PDI는 권위주의적 문화 때문에 하급자가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정도를 말한다.

로버트 헬름라이히와 애슐레이 메리트는 전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한 적이 있다.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브라질, 2위 한국, 3위 모로코, 4위 멕시코, 5위 필리핀. 이는 국가별 항공기 추락사고 발생 빈도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기장이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을 때 부기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는지가 항공기 사고 피해 여부에 결정적 변수라는 뜻이다.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다. 배가 빠르게 기울기 시작했고 더 기울면 탈출이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선장은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때 승무원 중 누군가는 마땅히 선장에게 '탈출 명령'을 강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게다가 당시 경비정과 주변의 선박들은 구조를 위해 세월호를 향해 빠르게 접근 중이었다. 그럼에도 선원들은 끝까지 선장의 눈치만 봤다. 권위주의적 문화가 낳은 참사인 셈이다.

당시 세월호와 교신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말콤 글래드웰은 '대형 사고'를 낳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완곡어법'(mitigated speech)를 꼽았다.

관제구역 내 해양 사고를 통제할 책임이 있는 진도VTS가 사고 당시 교신한 내용도 '완곡어법'의 사례다.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 시키세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십시오".

반면 미국 뉴욕 JFK공항 관제탑은 '완곡어법'을 쓰지 않는다. 조종사들을 완전히 휘어잡고 통제한다.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다. 예의보다는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태도지만, 그 덕에 JFK는 세계에서 가장 이·착륙이 많은 공항 중 하나면서도 가장 안전한 공항 가운데 하나가 됐다.

만약 세월호 사고 당시 진도VTS가 이렇게 요구했다면 과연 지금처럼 많은 생명들이 희생됐을까? "선장! 잔말 말고 지금 승객 전원 탈출시키세요.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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