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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의 역설...'관피아 독버섯' 온상

머니투데이
  • 세종=박재범 기자
  • 우경희 기자
  • 2014.04.3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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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규제 넘기고, 관료 파견...세월호 참사 배경에 '비리 종합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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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부각된 '관피아(관료+마피아)'.
그 구조는 촘촘하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서로 봐주기 등은 겉모습에 불과하다. 낙하산 인사가 사라진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관피아 근절’에 앞서 구조를 이해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해의 단초가 바로 ‘규제’다.
관피아 논란은 사실 매 정부마다 되풀이한 규제 완화 움직임과 맞닿는다. 정부가 규제를 넘기고 규제의 공적기능 수행을 위해 관료 인사를 파견하는 식인 셈이다.

◇규제로 먹고 사는 관피아 = 세월호 사건의 원인에 대한 조사가 한창이지만 사건의 배경에 사실상 비리종합세트가 있었다는 정황은 이미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정점으로 점검, 관리감독, 단속기능을 지닌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들의 방임이 세월호 침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에 해수부와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등이 있다. 한국선급은 선박의 개조와 운항 과정에서 필수적인 검사 수행기능을 갖고 있다. 침몰한 세월호 역시 일본에서 수입, 개조된 이후 한국선급과 KST(선박안전기술공단)등으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았다. 부실검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손꼽히는 과적 감시기능은 해운조합이 갖고 있다. 선박이 출항하기 전에 화물선적 내역 등을 해운조합에 제출하면 이를 확인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해운조합의 제지 없이 과적 상태로 출항했다. 과적 화물이 복원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들 기관에 관리 감독 기능을 부여했다.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규제를 줄이고 규제 기능을 민간에 위임하는 모양새였다. 다른 영역도 비슷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 구성원들을 대변하는 기관이지만 정부가 자본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협회가 구성원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신협도 마찬가지다. 단위신협을 감사할 수 있는 기능을 신협중앙회에 줬다.

규제기능을 나눠주다 보니 이를 감시할 인력이 필요했다. 부처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내려보낼 수 있는 배경이 형성된 것이다. 물론 민간에도 열린 자리지만 이 자리를 탐내는 민간인은 거의 없다. 부처에 배정된 사실상 고정 TO(인력배치)기 때문이다.

◇관 출신이 돌려먹는 반민반관 괴물로 = 이런 구조는 정부가 모든 규제를 틀어쥐고 갈 수 없는 구조 때문에 형성됐다. 규제의 민간 이양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관 출신이 자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인사적체 해결을 원하는 정부부처의 요구도 반영됐다. 고위 관료가 제 때 자리를 비워주면 조직 입장에서는 내부인사를 돌릴 수 있는 숨통이 트인다.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에 당연직으로 내려보낼 수 있는 자리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산하기관이나 협회도 반긴다. 조직의 성패는 주무부처와 관계 설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받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산하기관에서도 주관부처에서 힘 있는 인물이 내려오기를 은근히 바란다. 조율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부처로 컴백해 장차관이 될 수 있는 레벨의 사람이 기관장으로 오기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부처에서 제대로 예우해주기를 기대하는 심리다.

이런 관행은 유관협회까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무역협회, 자동차산업협회, 광해협회, 표준협회 등 줄잡아 10여곳의 주요 협회에 관출신 인사가 협회장이나 상근부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조합이나 항만공사 등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관이나 협회도 모두 관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문제는 관리 감독의 공적 기능과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사적 기능이 상충되면서 발생한다. 공적 기능이 이익을 뒷받침해주는 쪽으로 작용한다. 반민반관의 괴물 탄생이다.

실제 오랜 유착에 따라 비리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6년을 재임한 오공균 전 한국선급 회장은 해수부 출신이다. 최근까지 회장은 물론 주요 임원직을 해수부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 재임기간 내 정치인 비자금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 정부에서 사면됐지만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망이 다시 좁혀지고 있다.

◇큰 정부·작은 정부의 딜레마 = 공적 규제를 정부가 다 틀어쥐면 관피아가 촉수를 뻗을 곳이 줄어든다. 협회 등에 관 출신이 나갈 명분이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 기능을 강화하려면 조직을 늘릴 수밖에 없다. 공무원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이 부담스럽다. 큰 정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과도 어긋난다. 규제를 하나라도 줄여야할 판에 외부에 내보낸 규제를 가져온다는 게 쉽지 않다.

사람 문제도 있다. 당장 관료의 자리를 누가 대체할 수 있느냐가 걸린다. 사장직급에 대해 개방형 공모를 실시한다 해도 유능한 민간기업의 인재가 자진해서 관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처우가 민간에 비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출신인사에 대한 무조건적 배척이 오히려 더 기형적 형태의 공공기관 시스템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실력만으로 인재를 뽑아 공공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효율을 위해 관에서 사람들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칸막이를 없앨 것이 아니라 민간인재의 유입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관 개방직 연봉을 큰 폭으로 올리고 취업제한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한다"며 "특단의 조치 없이는 인재들을 관으로 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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