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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김기태 감독에게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

장윤호의 체인지업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입력 : 2014.05.03 07:01|조회 : 8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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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한달도 안돼 전격사퇴한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OSEN
프로야구 개막 한달도 안돼 전격사퇴한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OSEN

글쓴이는 김기태 감독(45)을 1987년부터 알고 있다. 무려 27년째이다. 의리 있고 예의 바르며, 정도(正道)가 아니면 가지 않는 선수였고 코치였으며 감독이었다.

4월23일 LG 김기태감독이 대구 원정 중 자진 사퇴를 결행하고 팀을 떠났을 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해설, 분석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야구 칼럼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 취재를 사실상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을 까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어느 기사에도 ‘아 이랬구나!’ 그러니까 김기태 감독이 떠날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여전히, 아니면 앞으로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 미스터리 한 일이다. 겨우 18경기를 한 시점에서 감독 스스로 자진 사퇴를 한 일이 벌어졌다. 구단이 경질을 하거나, 아니면 자진 사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감독을 해고 할 수도 있고, 혹은 피치 못할 감독 개인 사정이 있어서 그랬다면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감독이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로 가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 개막 한 달도 안 된 시점을 감안하면 단언컨대 세계 프로 야구사, 아니 스포츠 사를 통틀어 초유의 일이 생긴 것이다.

많은 억측들이 나돌았다. 고참 선수들과의 갈등, 빈볼 사건에 대한 해석, 구단에 대한 섭섭함, 코치의 재계약이 불발된 사실,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지난 해 페넌트레이스 2위의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에 대한 구단의 보상, 격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등등 나올 수 있는 얘기는 모두 나왔다.

일부 고참 선수들은 스스로 나서 ‘우리와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김기태 감독 본인은 침묵했고, 자신의 사퇴로 ‘LG 트윈스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만 밝혔다.

글쓴이가 아는 김기태 감독이라면 23일 자진 사퇴하고 홀로 상경한 후의 행보가 많이 이상했다. 스스로 물러난 감독이 잠실 구장에 와서 선수단과 작별 인사도 하고 고참 선수들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구단 프런트와도 대화하고 출입기자단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왜 그랬을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한 것일까? 자신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팬들과 구단, 선수, 코치들이 다시 잡아주기를 바랐을까?

이 역시 김기태 감독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그 누가 설득해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

글쓴이가 이해 못하는 부분은 김기태 감독이 사퇴 후 선수들을 비롯해 지인, 관계자들을 많이 만났다는 사실이다. 김기태 감독이라면 침묵하고 비행기 표를 끊어 바로, 최대한 빨리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는 것이 옳았다. 책임지고 떠나는 게 김기태답다.

결과적으로 LG 구단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페넌트레이스 시작하자마자 아무도 예상치 못한 감독의 자진 사퇴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사표를 바로 수리할 수도 없다. 모든 여론이 ‘김기태 감독이 오죽하면 그랬을까’라고 이해하려고, 편을 들어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구단이 감독이 자진 사퇴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고 했다면 그 책임을 구단이 모두 뒤집어 써야 한다.

성적이 최하위로 처져 있다 보니 ‘구단이 간접적으로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압력을 넣었구나’라고 모두가 생각하게 된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선수 코치 감독의 편에 서게 된다. 구단이 강자고, 선수들이 약자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김기태 감독에게 진실을 밝히기를 바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사태가 어영부영 마무리되면 김기태 감독 본인의 지도자 인생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18경기 만에 감독이 스스로 난파하는 배에서 뛰어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단지 자신이 희생해 팀을 살리겠다는 명분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그 어떤 구단이 그랬던 김기태 감독에게 팀을 맡기겠는가?

선수들은 앞으로 김기태 감독을 따를까? 야구팀에서 감독은 형님이자 아버지와 같다. 형님이라면 동생들을, 아버지라면 자식들을 버린 모양새가 됐다.

구단 프런트도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 분명하지만 정정당당하고 부끄러움이 없다면 곧바로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받아들이고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8경기를 한 시점에서 스스로 떠난 감독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것도 프로의 시각에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물어보았다. ‘김기태 감독이 물러난 상황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랬더니 ‘그 사건을 이해가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박차고 나오는 것은 용기이다. 그런데 참고 견디는 것도 용기이다. LG 그룹의 구인회 창업주 회장의 좌우명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마라(疑人莫用 用人莫疑)’였다고 한다. 왜 우리 사회에 의심스러운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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