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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선원의, 해경의, 대통령의 직업윤리를 묻는다

[세월호 참사] '어느 소방관의 기도'처럼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입력 : 2014.05.02 08:53|조회 : 7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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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 문과를 택하고도 동경하는 직업 중 하나가 의사나 간호사였다. 중학교까지도 장래희망 난에 적기도 했다. '환자의 사회적 지위, 성별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펼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젊은 의사들을 보면 괜히 뭉클해졌다.

의사만이겠는가. 그렇게 모든 직업에는 선서를 하지 않더라도 지켜야할 '직업적 윤리'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생활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있다. 모든 직업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 규범과 각각의 직업에서 지켜야 할 세분화된 행동 규범들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합쳐 직업윤리라 한다. 직업윤리는 크게 소명 의식과 천직 의식, 직분 의식과 봉사 정신, 책임 의식과 전문 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출처=네이버 '중학생을 위한 기술·가정 용어사전')"

배를 타는 선원이나 우리의 영토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들이 자기들만의 선서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일을 하는 직업임에 틀림없다. 타인의 목숨을 좌우하면서도 당사자들 역시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 다치고 죽는다.

너무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설사 그들이 다치더라도 그들은 준비된 사람들이니 소명과 책임, 그리고 전문 의식이 있으니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다. 윤리와 도덕을 지킬 것이라는, 그래도 양심에 따라 움직일 거라는 선의의 시선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이유 역시 최소한 각자의 직업적 윤리 의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6일째. 아직도 76명이 넘는 이웃들이,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고, 그저 있다가도 눈물이 나오는 이 참혹한 상황 앞에서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자꾸 할 수밖에 없다. "진짜 당신들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어느 방송에서인가 모자이크 처리된 선원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봤다. "얼굴 까. 당신이면 그렇게 기운 배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거 같아?" 대충 이런 내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다.

사람이니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직업적 윤리에 대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아이들조차도 다시 선실로 들어가 친구를 구하다 죽었다. 죽음을 예감하고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하면서 "사람을 구하러 가야한다"고 했던 선원이나 "미안해"라는 짧은 인사로 부모에게 불효를 고한 선생님도 계셨다.

침몰하는 배에 아이들이 갇혀 있음을 알고도 돌아갔다. 선명한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그 아이들이 유리창을 깨려고 몸부림하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안보였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바다 속에 아이들이 갇혀있음을 알고도 자신들의 손익을 계산하면서 구조를 지연시켰던 정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게 어떻게 죄를 물어야 죽은 이들의 영혼을, 가족을 위로할까.

2001년 서울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 갑자기 집이 무너져 화재진압을 하던 여섯 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순직한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에서 이런 시가 나온 게 보도돼 많은 국민들이 다시 울었다.

"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신이시여,/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너무 늦기 전에/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해주시고,/공포에 떨고 있는/노인을 구하게 해주소서.//격렬한 화염 속에서도 저의 귀를 지켜주셔서/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그리고/신의 뜻에 따라/목숨을 잃게 되면/신의 은총으로/제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미국 캔사스주의 '스모키 린'이라는 소방관이 1958년 화재를 진압하던 중 세 명의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쓴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로 전해진다.

직업윤리로 돌아오자. 대통령의 직업윤리는 무엇일까. 청와대 참모들의 직업윤리는 무엇일까. 내가 업으로 삼는 기자의 직업윤리는 무엇인가.

내게 갈등을 조장한다고 돌을 던지면 맞겠다. 분노와 참회까지다. 화해와 치유, 용서, 이런 단어는 아직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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