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황금연휴, 내수 회복 불씨 보였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9층 행사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지난 3일 오전 11시. 서울역 롯데마트는 연휴기간 먹거리와 어린이날 선물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돗자리, 렌턴 등 야외활동에 필요한 용품은 물론 삼겹살, 소시지 등 캠핑용 먹거리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특히 '어벤저스', '스파이더맨', '또봇', '타요' 등 캐릭터 상품이 있는 3층 장난감 매장은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 어린이날인 5일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각지에서 몰린 차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자유로 문발IC부터 아울렛 주차장 진입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3500대 규모 주차장은 오전에 꽉 찼고, 미처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자동차들이 갓길과 이면도로까지 점령했다. 롯데쇼핑이 집계한 이날 파주아울렛 고객수는 자그마치 6만여명에 달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숨죽였던 내수 경기가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 추모 분위기 속에서 '안쓰고', '안 놀던' 소비패턴이 모처럼 찾아온 황금연휴를 맞아 정상 궤도를 찾은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고 이후 한산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프리미엄 아울렛에는 모처럼 쇼핑객들이 몰렸다. 영화관과 테마파크, 해외여행 업계도 근로자의날부터 어린이날, 석가탄신일로 이어진 최장 6일간의 연휴 특수가 뚜렷했다.

/사진=머니투데이

◇"꼭꼭 닫았던 지갑 열었다"…백화점·대형마트·아울렛 매출 증가=이달 1∼5일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전점 기준) 증가했다. 스포츠 부문 매출이 20.5%로 가장 늘었고 남성패션(18.3%), 레저(13.8%), 아동(10.4%) 등 매출도 약진했다. 기획 행사중인 구두와 핸드백 매출 증가율도 10%를 웃돌았다.

김상수 롯데백화점 마케팅 전략팀장은 "세월호 사고 직후에는 심각할 정도로 매장이 썰렁했는데 연휴를 맞아 생활형 소비가 정상 수준을 회복됐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아울렛도 연휴동안 장사를 잘 했다. 전국 롯데아울렛 10개 매장은 1일부터 5일까지 고객 60만명이 다녀갔다. 매장별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47%(기존점 기준) 늘었다.


대형마트도 간만에 웃었다. 이달 1∼5일 이마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15.5%(전점 기준) 증가했다. 연휴동안 즐길 먹거리를 사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신선식품은 27.2%, 가공식품은 12.3% 매출이 각각 증가했다. 개별 아이템별로는 와인(51%)과 맥주(26.9%), 라면(26.4%) 등이 잘 팔렸다. 캠핑용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89.4% 늘었다.

◇"가족 위해서라면"…해외여행·테마파크·영화관 다시 '북적'=세월호 사고 이후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커지면서 자녀를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6세 아들을 둔 주부 윤미라씨(가명·39)는 "세월호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올초 예약했던 해외여행을 취소할까 싶었지만 이런 때일수록 가족과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생각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황금연휴에 해외로 떠난 여행객은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에 따르면 1∼4일 해외로 떠난 여행객이 3만2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증가했다. 국내 여행에 나선 수요도 많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3∼6일 전국의 고속도로 이용 차량대수는 1689만대로 전년 같은기간(1314만대)보다 28.5% 늘었다.

지난 3∼5일 경기 용인 삼성에버랜드, 서울 잠실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를 찾은 방문객수도 10∼15% 늘었다. 롯데월드에는 어린이날에만 지난해 같은 날보다 2배 이상 많은 4만3000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객이 끊겼던 영화관도 주말내내 북적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5일 관객수는 총 487만명으로 전년 같은기간(346만명) 대비 36.9% 증가했다.

◇"아직 조심스럽다"…골프장 예약률 50%도 안돼=그러나 수도권 인기 골프장은 지난 3∼6일 예약률이 전년의 50% 수준에 그치는 등 여전히 소비 회복을 거론하기에 시기상조인 모습이다. 용인 A골프장 관계자는 "이번 황금연휴는 물론 5월 내내 예약률이 예년의 50%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황금연휴에 반짝 살아난 소비가 앞으로 대세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실물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소주·맥주 등 주류업계는 내수가 크게 살아날 전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애도 분위기로 안 쓰고, 안 마시고, 안 노는 분위기가 이달말까지 이어진다면 사실상 상반기 영업은 희망이 안 보인다"며 "기본적 소비는 해주자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통 업계도 여전히 마케팅, 이벤트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백화점들은 노래 경연, 가수초청 공연 등 행사를 대부분 취소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선물을 판매하는 행사장에서도 스피커 사용을 자제하는 등 차분한 분위기로 황금연휴 영업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실상 모든 이벤트와 공연을 중단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재개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연휴기간 도심에서 야간 달리기 행사를 기획했던 A소셜커머스업체는 행사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