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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이기가 어려운 이유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4.05.10 09:25|조회 : 1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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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경찰에 아시는 분 안계세요?” 의경 훈련받는 아들 면회를 갔을 때 들은 질문이다. 의도가 느껴지는 질문이라서 당황했다.

그야말로 FM이었던 아들이다. 놈과 함께할 때면 규정속도를 지켜야했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워서도 안됐고 함부로 험한 말을 해서도 안됐다. 바가지긁기가 집사람보다 윗길이다. 스스로도 달달 볶아 하지말란 짓 안하고 하란 짓만 곧이곧대로 해내는 편이었다. 면회를 가서 “아들!”하고 반가운척 불러봐도 단체 이동중이랍시고 짤막하게 눈길만 한번 줄 뿐인, 야속하기까지한 아들이다.

그런 녀석이 세칭 ‘빽’ 좀 써줄 수 없냐고 물어온다. 무슨 말인가 들어보니 경찰의 높은 분 아들이 함께 훈련을 받는데 그 앞으로 줄서기가 보통 아니고 그 동기는 이미 제일 편한 보직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다. “너답지 않은데”하고 떠보니 약오르고 억울하단다. 우리 아들의 사회화는 억울함으로부터 시작되는 듯 했다.

녀석과 얘기하다보니 어머니 생전 암이 발병했을 때 여기저기 수소문했던 기억이 난다. 요행 친구 어머니께서 해당 병원 수간호사를 지내시고 은퇴하셨었다. 그 빽이 통했다. 덕분에 어머니는 수술을 제법 빨리 받으실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 때문에 일정이 밀렸을 터였다. 참 민망한 기억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맞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통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참 난망한 일인줄 인지했을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통념을 바꾸는 일이니 녹록할 리가 없다. 교훈을 남기지 못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정상적인 일’을 그렇게 어려운 일로 만들어왔다.

이승만정권이 반민특위를 해체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일제에 아부해 잘먹고 잘살던 이들이 해방정국에서도 여전히 잘먹고 잘산다. 혁명이 일어나도 잘먹고 잘산다. 군부독재에서도 잘먹고 잘살고 민주화정국에서도 잘먹고 잘산다. 대한민국에서 요는 정의가 아니라 처세다. 그 처세에 학연, 지연, 혈연을 비롯한 온갖 안면이 동원된다. 그리하여 ‘우리가 남이가’하는 동지애가 싹튼다. 마피아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관피아’란 용어가 부각됐다. 퇴직공무원이 유관기관으로 옮겨가고 후배였을 현직 공무원의 비호속에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전관예우’란 민망한 단어도 거리낌없이 사용되는 사회다. 정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라서인지 거부감도 별로 없다. ‘아는 처지에..’ ‘세상 혼자 사나. 돕고 사는거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틀렸다. 정으로 그치지않고 사회의 원칙을 흔들기 때문이다. 저 아는 사람 돕자고 저 모르는 사람을 외면한다. 저 아는 사람의 호주머니를 채워주자고 저 모르는 사람의 호주머니를 턴다. 세월호사건같은 경우 호주머니를 채워주려다 엄한 목숨 수백을 앗아가기까지 했다.

그런 비정상이 잉태하고 순산한 이 사회의 사생아가 불신이고 체념이다. 수사기관이 ‘한 점 의혹없이..’운운해도 안 믿는다. ‘떠들다 말겠지’하고 확정한다. ‘사회정의’란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하릴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 남았다”는 한 세월호 자원봉사 여대생의 대자보 내용이 맞다. 이제 막 사회인이 된 대학생들조차 알고있는 사실이다. ‘관료사회의 적폐’를 겨냥한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옳다. 관이 바뀌면 민은 바뀐다. 꼭 바꿔주길 바란다. 좀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큰아들을 싣고 귀대하는데 정문에서 잡는다. 훈련병은 정문에 세워두고 부모님은 안에서 차를 돌려 나오시란다. 그렇게 했다. 안에서 차를 돌리려는데 차로 버젓이 영내에 들어와 가족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있는 훈련병이 보인다. 집사람이 분기탱천한다 “쟤는 뭔데?” 따지려드니 이제 대학 새내기인 작은 아들이 말린다. “하지마세요. 엄마, 그러다 형한테 불이익 가요” 그렇게 조용히 차돌려 나왔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지들이 살아가야할 사회의 정체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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