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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만족할 줄 모르면...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56>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4.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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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만족할 줄 모르면...
 초단타매매꾼들의 머니게임을 다룬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가 지난달 출간되자마자 미국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역시 미국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니볼'로 잘 알려진 마이클 루이스가 쓴 이 책은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의 은밀한 실상을 고발하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기들만의 수법'으로 거액을 챙겨가는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이들의 탐욕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질서가 깨지고 위기가 증폭될 수도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아무튼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이어 또 한 번 월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대중의 공감을 얻은 셈인데, 나는 새삼 월가의 탐욕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에 분노와 함께 선망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비밀스럽고 미워보이기는 하지만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자신도 그들처럼 큰 돈을 벌고 마음껏 사치와 허영을 부려보고 싶은 것이다.

 이런 이중성이야말로 월가를 배경으로 한 온갖 장르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또 인기를 끄는 결정적인 요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톰 울프의 '허영의 불꽃'(The Bonfire of the Vanities)은 월가를 읽어내는 중요한 작품인데, 기자 출신 저자가 1980년대 호황으로 흥청거리던 월가를 배경으로 해서 쓴 이 소설은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소설'에 뽑히기도 했다.

 주인공 셔먼 맥코이는 잘 나가는 월가의 채권트레이더로 100만달러의 연봉이 적다고 부르짖는 자칭 `우주의 지배자돴다. 파크애비뉴의 260만달러짜리 최고급 아파트에 살며 매달 대출이자로만 2만1000달러를 낸다. 아파트 관리비로 연 4만4400달러, 별장유지비 11만6000달러, 4명의 고용인급료 6만2000달러, 가구와 의류비 6만5000달러, 외식비 3만7000달러를 지출한다. 그런데도 돱이 정도는 남들에 비해 적은 편이고, 딸 생일파티 비용으로 4000달러밖에 쓰지 않았다돲고 강변한다.

 이런 그였지만 아내 몰래 정부와 밀회를 즐기다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모든 것을 잃고 교도소로 간다. 예일대 출신의 잘나가던 월가의 엘리트가 사치와 허영을 즐기다 한순간에 몰락하고 마는 것이다. 줄거리는 이처럼 간단하지만 이 작품에서 제일 주목할 대목은 한 노시인(老詩人)이 뉴욕의 백만장자들에게 들려주는 '적사병 가면' 이야기다.

 프로스페로 왕자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인 적사병이 창궐하자 성에 2년치 식량과 술을 쟁여두고 외부와 통하는 모든 문을 닫아건 채 매일 무도회를 연다. 성에는 모두 7개의 방이 있다. 마지막 방은 소름끼치는 검은색 방인데, 손님들은 그 방에서 뭐가 자기들을 기다리는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방에 이끌린다. 그 자극이 너무도 강렬한 데다 쾌락을 자제할 줄 모르고, 음식과 술과 고기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것들은 이미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노시인은 사교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호화스러운 저녁모임을 갖는 참석자들에게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당황한 채 입을 다물고 있는 참석자들을 뒤로 하고 유령처럼 자리를 뜬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잘 나갈 때, 가장 화려하고 좋게 보일 때 그때가 제일 위험하다는 말이다.

 주인공 맥코이는 뒤늦게 후회한다. 왜 진작 아내와 딸을 데리고 월가를 떠나 시골로 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월가가 아니라 만족할 줄 모르는 그의 마음에 있었다. 경계할 것은 월가의 탐욕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다.

 '국부론'의 저자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 쓴 이 구절은 그래서 가슴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혹은 일상에서, 사적인 삶에서나 공적인 경력에서 대단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 거의 모두 어떻게 행동했는지 주의 깊게 생각해보라. 그들 대다수가 겪은 불행은 형편이 좋았을 때, 다시 말해 가만히 앉아 자족했더라면 그저 좋았던 때를 그들이 몰랐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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