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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프로야구 심판들이 ‘떨고 있다’ 어쩌나

술취한 관중 난입, 심판 폭행이 벌금5만원?... ML선 즉시 체포 엄벌

장윤호의 체인지업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입력 : 2014.05.10 10:04|조회 : 1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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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폭행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즉시 체포와 해당 구장 영구 출입금지등 엄벌에 처한다. /사진제공=OSEN
심판 폭행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즉시 체포와 해당 구장 영구 출입금지등 엄벌에 처한다. /사진제공=OSEN

4월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SK-KIA의 경기 7회초 SK의 공격 때 술 취한 관중 한 명이 서프라이즈존 철책을 넘어 그라운드로 난입해 박근영 심판에게 헤드락을 하며 달려들었다.

갑자기 뒤에서 덮쳐 미처 피할 수도 없이 엉켜서 그라운드에 넘어지고 말았다. KIA의 외국인 용병 1루수 브렛 필과 SK의 백재호 코치가 급히 제지하고 보안요원이 달려가 폭력을 행사한 관중을 제압하는 것으로 큰 사고 없이 현장은 정리됐다.

글쓴이는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에게 폭력을 휘두른 관중이 ‘큰일났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경찰서로 인계됐을 것이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자녀들과 함께 챔피언스 필드를 찾은 부모 가족들, 전국에서 케이블 TV(MBC SPORTS 플러스)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돌발 상황에 놀랐을 것이 분명하다.

안 그래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술 취한 관중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심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 상황에 문득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떠올랐다. 프로야구 출범 2년째인 1983년 6월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미 슈퍼스타즈-MBC 청룡의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두 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인천 연고의 삼미는 현재 SK, 그리고 MBC 청룡은 LG 트윈스로 바뀌었다.

온라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오센(OSEN)’의 홍윤표 선임기자가 연재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난투사](30)에 당시 사건이 잘 설명돼 있다.

발췌 인용하면

‘삼미는 0-1로 뒤져 있던 8회초 2사 만루에서 최홍석의 좌전 적시타로 3루 주자 이영구가 홈을 밟아 일단 동점을 만들었다. 그 뒤를 이어 2루 주자 이선웅도 홈으로 뛰어 들었다. 그 장면에서 삼미의 명운을 좌우할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줄이야.

김동앙 주심이 주자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3루로 냅다 뛰었던 1루 주자 김진우가 이선웅이 홈플레이트를 밟기 전에 먼저 태그 아웃됐다고 판정,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1-1 동점 상황에서 이닝이 끝나 버린 것이다. 그 대목에서 분노를 가누지 못한 김진영 삼미 감독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김동앙 구심에게 폭언과 삿대질로 거칠게 항의했다.

김 감독은 그물망 뒤에 서 있던 이기역 심판위원장에게 몸을 부딪치며 두발차기를 시도했다. 다행히도 발차기는 빗나갔지만 이미 불행의 씨앗은 잉태됐다. 하필이면 그 장면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TV 화면에서 보고만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회정화위원장에게 "(19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짓을 하면 되겠어. 혼을 내줘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시오"라고 지시를 내렸고 이에 김진영 감독은 경기 후 밤 11시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당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됐는데 다음 날 서울지검에서 구속을 지시해 김진영 감독은 롯데와의 부산 경기 후 연행돼 강동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했다. 비록 약식 기소로 11일 풀려나기는 했으나 ‘자숙하라’는 엄명에 따라 결국 시즌을 마칠 때까지 덕아웃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역시 심판의 판정에 대한 불만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한 김진영 감독은 수감까지 당한 것이다.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는 그 정도를 지나치게 넘어 권력이 스포츠에까지 정치 폭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프로야구 질서는 야구계에 맡겼어야 옳다. 실제 폭행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거친 항의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감독 퇴장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가 내려지는 것으로 게임의 일부가 된다.

세월이 흘러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태권도 선수 아들을 둔 아버지가 심판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등 문제점이 제기 되자 ‘스포츠계를 개혁해 정상화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체육단체에 대한 특별 감사가 진행되고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의문을 가져본다. 만약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벌어진 술 취한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과 심판 폭행 장면을 박근혜 대통령이 TV로 보았다면 혹시 어떤 조치를 내렸을까?

일본프로야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했다는 것을 글쓴이는 기사로 보거나 경험하지 못했다. 일본 사회를 생각하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잘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장의 보안 요원은 경기 중 경찰을 대신한다. 물론 현장에 담당 경찰들이 파견되기는 하지만 그 수가 적어 구단이 고용한 용역 경비들이 그 일을 맡고 있다. 그래서 구장의 보안 요원들은 수갑과 진압봉을 지니고 순찰을 하며 위기 상황에 뛰어나가 질서를 잡는다.

만약 메이저리그 구장이었다면 박근영 심판을 폭행한 관중은 많은 팬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수갑을 차고 연행돼 경찰에 넘겨지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당연히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구속이든 불구속 상태이든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해당 구장 영구 출입금지는 무조건 내려진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코치 생활을 한 SK 이만수 감독도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글쓴이는 폭력을 행사한 관중에 대해 걱정했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5만원의 벌금만 내고 바로 훈방 조치됐다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가 그 관중이 무조건 엄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술이 취했다는 것은 선처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지난 4월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SK-KIA의 경기중 술 취한 관중 한 명이 서프라이즈존 철책을 넘어 그라운드로 난입해 박근영 심판에게 헤드락을 하며 달려들었다. 갑자기 뒤에서 덮쳐 미처 피할 수도 없이 엉켜서 그라운드에 넘어지고 말았다. /사진제공= OSEN
지난 4월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SK-KIA의 경기중 술 취한 관중 한 명이 서프라이즈존 철책을 넘어 그라운드로 난입해 박근영 심판에게 헤드락을 하며 달려들었다. 갑자기 뒤에서 덮쳐 미처 피할 수도 없이 엉켜서 그라운드에 넘어지고 말았다. /사진제공= OSEN

만약 박근영 심판이 뒤에서 들이 닥친 관중의 헤드락으로 목 뼈 등에 중상을 입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심각한 폭행 사건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었다. 아울러 TV 시청자들을 포함하면 수만, 수십만,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공공연히 벌어진 ‘주폭(酎暴)’ 사건이다.

물어 보고 싶다. 다시 그런 불상사가 발생했다. 또 벌금 5만원에 훈방 조치를 할 것인가. 거꾸로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그래 봤자 벌금 5만원 내면 된다. 겁 낼 것 없다’라고 심판 폭행을 가볍게 생각하면 어쩔 것인가.

폭행을 당한 박근영 심판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선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영 심판은 억울해도 처벌을 원할 수가 없다. 자신이 야구장에 심판으로 서 있는 한, 일부 비상식적인 팬들의 계속될 비난과 야유를 견딜 수가 없다.

자신은 ‘야구팬을 처벌해달라’고 요구한 심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국민적인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진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폭행 사건이어서 다른 각도에서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도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심판이 폭행당하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심판의 계속되고 있는 오심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 기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심판의 오심’과 ‘술 취한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 심판 폭행’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재판에서 판사가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불만을 품은 관계자가 술을 마시고 법정에 난입해 판사를 폭행해도 훈방할 것인가?

프로야구 심판들은 올 시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계각층에서 계속되는 질타에 이제는 언제 당할지 모르는 폭행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사태를 어쩔 것인가? 심판이 흔들리면 프로야구도 위기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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