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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금은 마음의 금에서 나온다

[웰빙에세이] 2차원도 못 넘으면서 - 1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4.05.19 08:35|조회 : 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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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無爲堂) 장일순. 낮은 곳에서 하늘과 땅과 사람을 모시며 살던 분이다. 일속자(一粟子)란 호도 즐겨 썼다. 일속자, 좁쌀 한 알이란 뜻이다. 그는 나락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고 했다. 평생 강원도 원주에서 한살림 운동과 생명운동을 펼쳤던 그가 묻는다.

물을 나눌 수 있습니까?
지구를 나눌 수 있습니까?
공기를 나눌 수 있습니까?

그는 답한다. "아무 것도 나눌 수 없습니다. 다 '하나'입니다." 그는 "다 하나인 그 속에서 이야기할 때 인간관계, 자연관계, 모든 관계가 바로 선다'고 했다.

공기까지 나누는 판이면 다 간 것
그런데 우리는 다 나눈다. 땅도 나누고, 바다도 나누고, 하늘도 나눈다. 3차원, 4차원이 아니라 2차원도 넘지 못해 쩔쩔맨다. 땅과 바다와 하늘은 스스로 금을 그은 적이 없는데 인간들이 제멋대로 금을 긋고 난리를 친다. 땅과 바다와 하늘은 아무 말이 없는 데 인간들만 서로 삿대질 하며 요란하다. 온 나라가 들끓고 지구촌이 들썩인다.

장일순 선생은 "공기까지 나누는 판이 되면 다 간 것"이라 했다. 그렇다. 우리는 갈 데까지 갔다. 처음에는 땅만 가르다가 점점 바다를 가르고 이제는 하늘도 가른다. 우리는 외친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NLL(북방한계선)까지는 우리 바다고, 이어도 위는 우리 하늘이다. 그런데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하고, 북한은 NLL은 인정할 수 없는 선이라 하고, 중국은 이어도 위도 자기네 하늘이라고 한다.

저마다 사생결단할 듯 날카로운 각을 세운다. 이런 저런 명분과 논리와 근거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그게 내가 먼저 금을 긋고 챙겼다는 것이다. 금이야 원래 없던 것이니 누군가 제일 먼저 긋고 챙겼을 것이다. 그 다음에 다른 누가 그 금을 넘어와 챙겼을 것이고, 이어 또 다른 누가 그랬을 것이다. 그것이 유구한 전쟁의 역사이고 정복의 역사다.

그 역사를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면 먹이와 번식을 위해 으르렁거리는 동물들의 영역 다툼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 심하게 얘기해서 멍멍이들이 여기저기 쉬를 하고 여기는 내 구역이니까 얼씬거리지 말라고 짖어대는 것과 인간들의 영토 다툼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동물들이 평면에 금을 긋는 2차원이라면 인간들은 땅과 바다와 하늘에 입체적으로 금을 긋는 3차원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를까.

인간이 대지에 속해 있다

북미 대륙에서 잔혹하게 인디언을 몰아낸 백인들에게 땅에 금을 긋는 행위가 도무지 가당한 얘기냐고 묻는 유명한 연설이 있다. 1854년 시애틀 인디언 추장 앞에는 억지로 계약서를 들이 밀고 겁박하는 백인 정복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그은 보호구역 안으로 인디언을 몰고 있다. 그들에게 시애틀 추장은 묻는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그는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라고 한다. 강의 물결과 초원에 핀 꽃들의 수액,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두 하나라고 한다. 모두가 같은 부족, 우리의 부족이라고 한다. 대지가 인간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 속해 있다고 한다.

무위당 장일순과 시애틀 추장은 같은 영혼이다. 하지만 '인디언 소울'은 짓밟혔다. 시애틀 추장의 물음에 백인들은 총칼로 답했다. 대지에 금을 긋는 편에 섰다. 우리 또한 이 편에 서 있다. 우리는 얼마나 금 긋는 것을 좋아하나. 남과 북이 금을 긋고, 영남과 호남이 금을 긋고, 보수와 진보가 금을 긋는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다른 편은 무조건 틀렸다. 누구든 어느 한 편에 줄을 서면 갑자기 머리에 쥐가 나는지 이상한 말을 하고 엉뚱한 고집을 피운다. 말로 안 되면 주먹을 날리고, 주먹으로 안 되면 각목을 휘두른다.

지구촌 차원으로 가면 더 무시무시하다. 서로 총을 쏘고, 폭탄을 터트린다. 그래도 안 되면 핵으로 무장하고 최첨단 무기를 사들인다. 전투기, 잠수함, 항공모함, 미사일 등등 평화를 위한 중무장 비용이 수십조 원씩 한다. 이 쪽의 영웅은 저 쪽의 원수다. 이 쪽의 애국은 저 쪽의 매국이다. 이 쪽의 정의는 저 쪽의 불의다. 선 하나만 건너면 모든 게 거꾸로 뒤집어진다. 그것은 웃지 못 할 코미디다.

2차원의 선으로 만든 3차원의 감옥

붓다는 시비하고 분별하는 마음을 넘어서는 게 해탈이라 했는데 바로 시비와 분별이 금을 긋는 행위다. 땅과 바다와 하늘에만 금이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에도 금이 있다. 땅과 바다와 하늘의 금은 사실 마음의 금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선으로 복잡하게 엮은 마음의 집에서 산다. 그 집은 어수선하다. 어지럽다. 어둡다. 이쪽으로 움직이면 이 선에 걸리고 저 쪽으로 움직이면 저 선에 차인다. 어떤 쪽은 굵은 선을 자꾸 덧칠해 아예 장벽을 세운다. 나는 그 벽에 갇혀 꼼짝할 수 없다.

나는 2차원의 선으로 만든 3차원의 감옥에서 그것이 감옥인 줄 모르고 산다. 그 안이 편안한 나의 집이라 여기며 산다. 그 집의 이름이 에고다. 인격이다. 페르소나다. 편견이다. 고정관념이다. 선입견이다. 이념이다. 신념이다. 이데올로기다. 습관이다. 취향이다. 교양이다. 그것은 내 행세를 하는 거짓 나다.


작은경제연구소에서는 덜 벌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상생의 '지속가능경제'를 실험합니다. 머리 덜 굴리고 마음 덜 쓰는 '평화경제', 몸 더 움직이고, 가슴 더 여는 '행복경제'를 실천합니다 - 강산들꽃(江/山/野/花)


5월의 꽃길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5월의 꽃길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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