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 치킨집' 월매출 3800만원, 순익은?

최근 증권사와 KT 등 기업에서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KT 한 기업에서만 8000명이 넘게 퇴직했다. 대부분 40~50대인 이들은 재취업도 쉽지 않고, 손에 쥔 퇴직금으로는 편안한 노후생활은 커녕 자식들 뒷바라지조차 힘들다.

결국 고민 끝에 눈 돌리는 곳은 바로 '창업'.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결혼 자금을 대려면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없는데 받아 줄 직장도 없으니 별 수 없다. 요즘 주변에 새로 개업하는 치킨집이 많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일까.


전국의 치킨전문점은 무려 3만6000여 곳. 인구 1400명당 치킨집이 하나 꼴로 있는 셈이다.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이 2만5000여 개라고 하는데, 치킨전문점은 이보다도 훨씬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소비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1위로 닭요리가 꼽혔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먹는 만큼 시장이 크고, 그래서 치킨집 창업도 꾸준하다. 특히 수명이 짧으면서 연봉이 높지 않은 직업군 종사자들이 큰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은 치킨집 창업에 눈을 돌린다.


그래서일까. 우스갯소리로 프로그래머의 끝은 치킨 창업이라는 말도 유행처럼 퍼져있다. 그만큼 치킨집 창업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팟캐스트 듣기 → '딱쇼' 14회 (딱창업) - 닭 먹는 대한민국, 치킨 창업 아나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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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마진율?…골목상권은 사정 달라

외식산업은 요즘 고급화가 추세다. 치킨집도 단일 메뉴를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가 등장하고 각종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치킨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프랜차이즈업체들은 메뉴를 색다르게 구성하고 가격대를 높여가고 있다. 가격대가 높아진 만큼 마진율도 높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창업자들에게 설명하는 마진율을 40~50% 선이다.

이에 대해 이석준 창업 컨설턴트는 "잘 되는 매장은 30% 정도 마진율을 보이지만 이는 시내 중심가 등 고급 상권에 한정된다"면서 "골목상권, 동네 치킨 전문점은 마진율이 20% 미만인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석준 컨설턴트에 따르면, 30평 기준으로 창업시 컨설턴트들이 제시하는 월 매출 예상액은 3800만원 정도다. 이 가정을 따를 경우 월 지출은 2800만원 수준. 구체적으로는 재료비 1600만원, 인건비 660만원, 월세 300만원, 관리비 등 기타 경비 200만원 등이다. 월 1000만원 가량의 이익이 남는 셈인데, 세금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치킨집' 프랜차이즈 창업 비용 대공개


KB연구소의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휴·폐업한 치킨전문점 중 프랜차이즈의 폐업률이 76.2%로, 일반 치킨점(83.6%)보다 안정성 면에서는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치킨집 창업 대다수가 프랜차이즈를 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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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비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가맹비를 전혀 받지 않는 업체도 있고 최대 2200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대략 개점 총비용 5000만원대 업체들을 비교한 결과, 인테리어 비용은 3000만원대로 비슷했다. 최초 가맹금은 멕시카나가 1068만원으로 다른 업체들보다 높았다.



개점 총비용이 6000만원을 초과하는 프랜차이즈들은 인테리어 비용이 4000~6000만 원대로 앞의 경우보다 높게 책정됐다. 최초 가맹금이 750만원인 둘둘치킨을 제외하고 모두 가맹금이 1000만원을 넘었다. 특히 제네시스 BBQ의 경우 최초 가맹금이 6700만원대에 달했다.


치킨전문점 '서바이벌'

치킨집은 주로 50대가 인생 제2막을 위해 도전한다. 지난 10년간 휴·폐업한 치킨전문점 업주들의 창업 당시 나이를 분석해 보니, 50대 비중이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명예퇴직자들이 치킨집 창업에 도전하지만 '기회'가 되기보다 오히려 '위기'만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최소 5000만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치킨집 창업, 그러나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10년간 문 닫은 치킨집은 총 5만여개에 달한다. 최근 3년내에 문닫은 점포만 2만개다.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1만5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고, 심지어 '원 플러스 원'까지 가격을 파괴하는 점포들이 즐비하다. 열심히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넘쳐나는 치킨전문점과 가격 출혈 경쟁, 조류인플루엔자 등 여러 요소가 치킨 창업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다. 치킨전문점의 휴·폐업률은 창업 후 2년간 급증하고 3년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7년이 지나서야 안정세에 접어든다.

이석준 컨설턴트는 "자신만의 특별한 메뉴나 경쟁력을 가진 상태에서 끈기 있게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창업을 할 때는 한동안 장사가 안돼도 버틸 수 있는 예비 자금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팟캐스트 듣기 → '딱쇼' 14회 (딱창업) - 닭 먹는 대한민국, 치킨 창업 아나토미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5월 25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