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뜬 박근혜 정부 핵심 '정부3.0' 전면 재설계?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로 꼽혀왔던 안전행정부가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현 정부의 비전 중 하나인 '정부3.0'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행부가 총괄하던 '정부3.0' 업무가 신설되는 행정혁신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큰 데다 '정부3.0 비전' 선포 1년이 다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안행부는 5개실(기조실·창조정부전략실·인사실·지방행정실·지방재정세제실)·1본부(안전관리본부)에서 3개실(기조실·지방행정실·지방재정세제실)만 남고 모두 이관될 전망이다.

'정부3.0'을 총괄하는 창조정부전략실이나 전자정부·정보정책 기능 등이 어떻게 될 지 대통령 담화에는 담겨있지 않았지만 안행부가 지방행정만 맡게 된다는 점에서 행정혁신처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안행부 관계자는 "세부 업무가 어떻게 나뉠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정부3.0은 전 부처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성격상 인사, 정부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행정혁신처로 이관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부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공직사회 혁신 방안 등을 다음달 초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3.0'이란 공공정보 개방을 통해 정부 운영을 국민 개개인 중심의 양방향으로 전개하려는 기본정책. 정부기관이 보유한 공공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개방·공유하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협력해 행정효율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운영 패러다임이다.

안행부는 전담부처로 지난해 6월19일 정부3.0 비전을 선포한 후 공공데이터법, 정보공개법 등을 제·개정하고 중앙부처 지자체 기관별 정부 3.0 추진계획을 수립하면서 정부3.0 과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보 공개에 대한 부처 및 기관의 인식수준이 낮고 공개 데이터의 양만 늘 뿐 실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질 높은 정보가 부족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3.0 전도사'로 불릴 만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전 안행부 장관과 차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퇴하면서 동력이 떨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행부 관계자는 "정부3.0이란 게 각 부처나 기관에 '싫은 소리'를 해가면서 공무원들의 인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3.0 업무가 행정혁신처로 이관되더라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정부3.0에 대한 재검토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 핵심과제들 가운데 기존 사업과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는 사업을 전면 재설계해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3.0은 전자정부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핵심 국정과제인 만큼 본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관련 계획이나 예산 등이 다시 짜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행정혁신처로 정부3.0이 이관될 경우 신설 부처 산하에서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계획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정부 패러다임이 안전에 초점이 맞춰지고 행정혁신처도 핵심기능이 공직사회 개혁인데 정부3.0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이제 자칫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