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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표류 재난통신망, 그 자체가 '재난'이다

[조성훈의 테크N스톡] 공무원 무사안일주의 표본, 대통령의 약속 이번엔 지켜져야…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4.05.24 13:44|조회 : 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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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표류 재난통신망, 그 자체가 '재난'이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요? 결국 안될겁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대구지하철 사고나 태풍피해 같은 대형재난이 터져야 다시 얘기나올 겁니다. 안전행정부로 이름만 바꾸면 뭐합니까? 속은 하나도 바뀐게 없는 걸요"

지난해 초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에대해 안전행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했을때 한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연내 추진될것으로 기대되던 재난망 사업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예산반영은 이뤄지지않았고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역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정부내에서 안전문제와 관련한 시급성이나 인식은 전혀 없었다는 게 다시 드러난 겁니다. 이와관련, 지난해 중순 기자는 '국가재난망 10년째 검토중..대구참사 다시 터지면?'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월호 사태가 일어난 지금에서야 다시 재난망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수순입니다.

재난망을 강조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재난망은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의 반성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한 지적장애인이 뿌린 석유에 전동차가 삽시간 화마에 휩싸였는데도 사령실은 이를 알지 못했고, 맞은편 선로로 진입하는 전동차를 막지못해 사태를 키웠습니다. 게다가 경찰과 소방대원, 대구지하철공사가 서로다른 무선통신방식 사용해 구조에 혼선이 일면서 사상자가 급증했습니다.

이에 본격적으로 통합지휘무선통신망(재난망의 옛이름) 사업이 시작됐고 2007년엔 서울과 경기기역 경찰과 소방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도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이 특정사업자에 대한 기술독점 논란, 예산낭비를 지적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이해관계자의 밥그릇싸움과 공무원의 무사 안일주의로 재난망은 총체적 난맥상에 빠졌습니다.

11년째 표류 재난통신망, 그 자체가 '재난'이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야할 정부는 눈치보기에 바쁜 나머지 사업자 선정을 보류하고 기술검증을 되풀이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담당부처도 정보통신부, 소방방재청, 행정안전부, 안전행정부로 넘어갔고 지난해엔 안행부가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를 떠넘기려고까지 했습니다.

당시 안행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사항이었던 만큼 재난망이 잘못되면 책임을 떠안게되니 골치아픈 사안"이라고 기자에게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11년째 논의만 되풀이한 이유도 거기에있습니다. OECD 국가중 재난망이 없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합니다.

재난망 사업지연은 고스란히 관련기관의 통신망 교체 지연과 혈세낭비, 국민 안전공백으로 이어집니다. 재난망사업이 지연되면서 재난관련 기관들은 길게는 30년 가까이 사용해 내구연한(통상 최대 20년)을 넘은 무선통신기기를 교체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985년 개통된 부산지하철 1호선의 초단파(VHF) 무전기를 내구연한 20년을 넘어서 30년 가까이 써오다 최근 재난망과 무관하게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역시 재난망사업이 조기에 이뤄지면 철회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입니다. VHF 무전기가 고장나자 공사는 마지못해 경찰용 무전기를 구입해 일부 지급했지만 지하에서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실제로 쓰지않는다고 합니다. 한 기관사는 "무전기가 안되니 운전중 불가피하게 휴대폰으로 사령실과 통화하는데 종종 승객들이 기관사가 운전에 집중안하고 전화통화나 한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나 소방 역시 지역별로 서로 다른 무전기를 사용합니다. 차라리 재난망 사업을 중단하면 자체 예산으로 새 무전기를 교체하겠다고 상부에 호소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기존 VHF방식 무전기는 도감청이 쉽습니다. 교통사고 발생시 경찰보다 견인차 업체들이 먼저 나타나는 것도 익숙한 장면입니다.

산림청 등 일부기관은 참다못해 무전기를 자체예산으로 교체했습니다. 만약 재난망 구축이 시작되면 내구연한이 남아있는 새 무전기를 다시 재난망용 TRS무전기로 교체해야하는 만큼 중복투자, 혈세낭비가 되는 셈입니다. 재난망 사업대상인 기관은 무려 300여곳에 달합니다.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세월호 사태로 인해 정부가 안정정책을 일신하겠다면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재난망 조기구축을 약속했지만 과연 제대로 추진될지 걱정이 많습니다. 올해 예산이 책정되어도 본격적인 구축은 2016년에야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도 최소 2년간은 재난망 공백, 혈세낭비는 불가피합니다.

당장 정부내에서도 세수부족으로 재정난을 겪고있는 가운데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재난망 사업예산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이 깊다고 합니다. 게다가 재난망 기술로 결정된 테트라(TRS)와 와이브로 대신 현재 통신망에 쓰이는 LTE기술로 재난망을 구축하거나 기관별로 자체 재난망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있습니다. 무책임하게도 지난 10년간 논의해온 내용을 다시 뒤집자는 겁니다.

재난망은 우리 정부의 안전정책과 방재업무에 대한 인식과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잣대와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가 잠잠해지면 재난망 구축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오고있습니다.

11년째 표류해온 재난망은 그 자체가 재난수준입니다. 대통령의 약속, 이번엔 꼭 지켜지길 바랍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러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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