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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 비싼 아프리카...SAB밀러 "그래도 내 집이 최고"

[김신회의 터닝포인트]<39>SAB밀러, 아프리카 복귀 성공전략...현지화·틈새공략 주효

김신회의 터닝포인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입력 : 2014.06.02 07:08|조회 : 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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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나이지리아 오니차에서 현지인들이 SAB밀러의 '히어로'(Hero) 맥주를 즐기고 있다./사진=SAB밀러 웹사이트(sabmiller.com)
나이지리아 오니차에서 현지인들이 SAB밀러의 '히어로'(Hero) 맥주를 즐기고 있다./사진=SAB밀러 웹사이트(sabmiller.com)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DB), 유엔개발계획(UND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는 사상 최대인 843억달러(약 86조원)의 투자 자금이 몰릴 전망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의 땅'이기도 하다.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것은 물론 사회·문화적 장벽과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보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프리카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수업료'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2위 맥주회사인 SAB밀러(SABMiller)도 예외가 아니다. 이 회사의 아프리카 사업을 총괄하는 마크 보우먼은 지난 31일자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 "아프리카의 새 시장에서는 진출 첫 해에 계획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며 촉각을 곤두세운 채 수업료를 계속 내야 한다고 밝혔다.

SAB밀러는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895년 설립된 '남아공 브루어리'(SAB·South African Breweries)라는 양조회사가 모태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광부들을 상대로 사업을 키운 SAB는 1990년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다가 2002년 미국 맥주회사 밀러를 인수해 지금의 진용을 갖췄다.

SAB밀러 주가 추이(영국 런던증시 기준, 단위: 파운드) /그래프=블룸버그
SAB밀러 주가 추이(영국 런던증시 기준, 단위: 파운드) /그래프=블룸버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던 SAB밀러가 다시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대단한 전략은 아니었고 당시 모잠비크, 가나 등지에서 민영화한 양조업체들을 손에 넣다보니 후속작업이 필요했다. 그때만 해도 아프리카의 성장 잠재력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이후 10년간 아프리카 경제가 연평균 5%가 넘는 고속 성장을 한 덕분에 SAB밀러는 뜻밖의 호황을 누렸다.

물론 아프리카 대륙 15개국에 터를 잡고 이 대륙을 남미 다음 가는 큰 시장(수익 비중 29%)으로 키우기까지 낸 수업료 부담도 컸다. 특히 터줏대감들의 텃세가 심했다. 아프리카의 9대 맥주시장에는 지금도 각 시장마다 4분의 3 이상을 틀어쥔 선두 업체가 있다. SAB밀러가 1998년 케냐에 새 공장을 짓고 진출했다가 몇 년 만에 물러난 것도 안방 최강자와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었다.

SAB밀러는 이 경험을 거울삼아 나이지리아에서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영국 디아지오의 '기네스'와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 보유한 현지 브랜드를 피해 최대 도시인 라고스 외곽을 공격하는 전략을 썼다.

특히 나이지리아 거점인 남동부 오니차에서는 허풍스러운 이름을 선호하는 현지인 취향에 맞춰 '영웅'이라는 뜻의 '히어로'(Hero)를 선보였다. 라벨에는 토착부족의 상징인 '떠오르는 태양'을 그려 넣었다. 맥주 맛도 현지인 취향에 맞췄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경쟁제품보다 25% 낮게 정했다. 아프리카 주류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밀주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서였다.

SAB밀러의 치밀한 현지화 전략은 아프리카 다른 나라에도 적용됐다.

일련의 노력에 힘입어 SAB밀러의 아프리카 복귀는 성공하는 듯 했지만 최대 시장인 남아공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하이네켄과 디아지오의 공세로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남아공 경제를 옥죈 인플레이션이 악재가 됐다. 이 여파로 3월 말 끝난 2013회계연도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대책이 절실했던 SAB밀러는 여성이라는 틈새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남아공 여성 인구가 1700만명이 넘지만 이들의 수요를 자극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착안했다. 남아공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한동안 여성의 음주가 금기시됐다. 1950-60년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는 흑인의 음주를 아예 금했다. 남아공 술집의 상당수는 당시 암암리에 운영됐던 곳으로 시설이 열악해 여성들의 발길이 뜸했다.

SAB밀러는 500만달러를 들여 계약을 맺은 술집들의 인테리어와 화장실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을 위해 과일향 맥주를 전면에 내세웠고 맥주잔 공급도 늘렸다. 냉장고 같은 설비 지원은 물론 업주들에겐 고객과 대화하는 방법까지 조언해줬다.

SAB밀러의 새 전략은 불과 10개월 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 회사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SAB밀러의 주가는 지난 2월 저점에서 지난 주말까지 24% 올랐다. '내 집만한 곳은 없다'(No place like home)는 말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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