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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기본'이 무너진 전·월세시장

[임상연의 리얼톡(Realtalk)]서승환 국토부 장관 "내지 않던 세금 때문에…" 정부 스스로 직무유기 자인

임상연의 리얼톡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입력 : 2014.06.07 15:45|조회 : 8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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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기본'이 무너진 전·월세시장
6.4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주택시장에 임대소득 과세 문제가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임대소득 과세 문제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그는 지난 5일 주택·건설협회 조찬간담회에서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보유수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모든 다주택자에게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3.5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 기준(2주택 이하,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보다 확대된 것이다.

정부 방안 발표이후 일부 다주택자들이 반발하고,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쫓기다시피 서둘러 새로운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인데 그 이유나 시기, 방법 등 여러모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너무 단기적이고, 즉흥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10일 서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주택시장 회복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추가대책도 고려할 시점이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불과 3개월 만에 주택시장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의 견해가 바뀐 것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생각이나 입장은 시점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일관성 없이 포퓰리즘식으로 추진될 경우 시장의 혼란만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견해가 바뀔만한 논리적 근거 또한 부족하다. 과연 임대소득 과세 때문에 주택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부 방안 발표 이후에도 주택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국토부 자료를 보더라도 올 들어 전국 주택거래량은 1월 5만8846가구, 2월 7만8798가구, 3월 8만9394가구, 4월 9만2691가구로 매월 증가했다. 주택시장의 척도인 서울만 놓고 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주택거래량은 총 1만43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2009~2013년) 같은 달 평균 거래량보다 14% 이상 증가한 규모다.

최근 주택거래가 다소 둔화되고, 분양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이사시즌이 끝나면서 나타난 계절적 요인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분양시장의 위축은 입지나 가격 등의 문제이지 임대소득 과세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분양시장은 그 특성상 임대소득보다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연 임대소득을 얻기 위해 입주까지 2~3년을 기다려야 하는 분양 아파트에 투자할 임대업자가 얼마나 될까?

서 장관의 새로운 해법이 시장에 먹힐지도 의문이다. 그의 분석대로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으로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이라면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해법인 탓이다.

임대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2주택자에서 모든 다주택자로 확대해도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말아야 하는 만큼 수혜 대상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다 근본적으로 '안내던 세금'이란 거부감을 씻을 수도 없다.

이처럼 일부 다주택자 등 외부세력에 휘둘려 정책이 후퇴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오히려 소모적 논쟁과 조세저항을 더 키우고, 나라 곳간만 축내는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사실 "내지 않던 세금...."이란 서 장관의 말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고해성사’나 다름없다. 주택임대시장이 조세 ‘사각지대’인 것을 인정한 것으로 정부의 직무유기와 무책임함을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 동안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련 공무원들이 ‘안내던 세금’에 대해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국민들의 머리속에 '임대소득=불로소득'이란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한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원칙’과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달았다. 임대소득 과세로 소모적 논쟁으로 치닫고 있는 주택시장에 가장 절실한 것은 정부부터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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