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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불면의 그늘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 |입력 : 2014.06.11 08:00|조회 : 7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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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믿었던 후배가 배신을 했다. 이리 재고 저리 잰 끝에 후배를 조직의 정점에 올려 놓았다. 입안의 혀처럼 살갑게 굴던 후배였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 그 후배라면 그가 물러난 뒤에도 얼마든지 말이 통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고문'으로 퇴진한 후에도 꾸준히 출근했다. 인사 문제에 조언도 했다. 남들은 이걸 '개입'이라고 입방아를 찧었지만 추호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보복이 다가왔다. 그를 도왔던 또 다른 후배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 자신도 입지가 좁아졌다. 자리를 물려받은 후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묘하게 피해 다녔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물러나기 전에 심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잘려 나갔다. 그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사람을 잘 못 봤다고 후회를 거듭하고 있다.

# 그는 4년째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석에서 형님 동생 하던 후배가 그를 검찰에 고소하던 그 때부터였다. 배임과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사회에서는 그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그를 몰아내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 3년여의 법정 다툼 끝에 상당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사태'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의의 일격을 받아 무너진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쉬 잊고 쉬 돌아섰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그의 옛 조직은 어느 때 보다 안정을 구가하고 있다. 억울하고 부당한데도, 돌아봐주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귀찮아 하는 눈치도 역력하다. 분명 그의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하나 둘 씩 곁을 떠나고 있다.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켜켜이 쌓였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는 조직 주변을 여전히 맴돌고 있다.

#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해임 통보를 받은 건 하루 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임 사유가 없었다. 한동안 멍하더니, 겉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 후 한달 여 간 온전히 잠들지 못했다. 몸담았던 기업의 약점을 무기로 한번 부딪쳐 볼까, 오너와 측근의 비위를 터뜨려 분풀이를 할까, 온갖 상념이 스쳐갔지만 결국 접었다. 그는 그의 운이 거기까지라고 인정했다. 담백하게 포기하고 분노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하고 싶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젊은 아이들과 학원을 함께 다니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바쁜 걸 핑계로 못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러 다녔다. 수백곡의 노래가 들어있는 칩을 벗들의 스마트폰에 끼워주며 즐거워했다. 큰 가방을 들고 걸어 다니며, 값 싼 식당을 찾았다.

# '배신'과 '분노'가 불면의 키워드일까. 그들을 지켜보는 덤덤한 눈들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는 후배를 잘못 뽑은 게 아니라, 사욕과 대의를 혼동했다. 후배는 현명했다. 철저히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다가 때가 오자 홀로 섰을 뿐이다. 또 다른 그는 조직적 음모에 무너진 게 아니라 권력투쟁의 길에 스스로를 내몰아 칼을 맞았다.

요약하자면 그들의 욕심과 과한 자신감이 정무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후에도 패착을 인정하지 않았다. 욕망으로 쌓아 올린 성이 어느 순간 무너지고, 이로 인한 당혹과 좌절이 그들을 고통으로 내몰았다. 결국 불면의 심연에 드리워진 것은 '집착'과 '탐욕'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 마지막의 그는 3년여의 백수 생활 끝에 경영자로 복직했다. 운이 따르는 사람이라고들 수군대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는 월급쟁이의 분수를 알았고, 겸손했고, 건강했다. 무엇보다도 놓아야 할 때 놓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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