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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째 기다립니다… 진도의 애달픈 '사부곡'

[세월호 참사]실종 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인 "아직도 실종자 11명 남았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 기자 |입력 : 2014.06.24 06:30|조회 : 1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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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와 부인(53·여)의 다정했던 한때. /사진=부인 제공
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와 부인(53·여)의 다정했던 한때. /사진=부인 제공
70일이나 지났는데, 부인은 아직도 오전 5시면 습관처럼 눈을 뜬다. 부인은 지난 30년간 매일 이 시각 자명종에 맞춰 일어나 돌솥밥에 반찬 한두 개를 곁들여 남편 아침상을 차려왔다. 가끔 부부싸움을 한 날도 아침밥만큼은 꼬박꼬박 차렸다.

"교사라 학교 가면 나가서 혼자 먹기도 그렇잖아요. 점심때까지 얼마나 배고파요. 남편이 당뇨라 항상 허기가 지거든요. 밥 차리고 당뇨약도 식탁에 챙겨놓고 과일도 깎아놨죠. 그런 것도 이제 해줄 사람이 없네. 매일 아침 구두도 닦아주고 그랬는데."

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의 부인(53·여)은 70일째 하루도 떠나지 않고 진도 실내체육관의 한 평 남짓한 매트에서 조용히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다수의 부모들 속 거의 유일하게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병이 생겼어요. 답답해서 한숨 몰아쉬는 거. 잠도 못 자고 잠도 안 오고.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었으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어요. 아직 아들은 대학생이고 딸은 이제 취업 준비하는데… "

남편을 기다리는 마음은 애틋하다. 교사 부인으로서 두 달 넘게 감정을 묻어왔던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자식은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잖아요. 지금 어린 애들이 너무 일찍 가서 가슴이 찢어지고 미어지지만 남편 같은 경우엔 '백년해로'한다고 하잖아요. 자식 출가시키면 남편밖에 없잖아요. 남편하고 둘이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 나 혼자 살아가야 할 일이 걱정이고… 짝 잃은 외기러기죠."

남편은 가정적이고 정이 많았다. '과일박사'라고 별명 붙은 부인을 위해 퇴근 때면 마트에 들러 양손에 과일과 반찬, 생선을 사들고 오는 걸 좋아했다. 주말이면 서울서 공부하는 자녀들에게 엄마가 만든 반찬을 갖다주는 자상한 아빠이자, 농장에서 농작물 기르길 좋아한 다정한 남편이었다.

남편은 '천상 선생님'이기도 했다. 남편은 오로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32년간 교직생활에 성실히 임했다. '아이들을 직접 대하는 게 좋다', '초심의 자세가 좋다'며 교감·교장직도 고사하고 평교사를 고집했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하겠다고, 마지막 정년을 순박하고 착한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해 더없이 행복하다던 남편이었다.

남편의 학생사랑은 '교통정리'에 드러났다. "꼭 아침 6시40분이면 집을 나서서 1시간 정도 교통정리를 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흰 장갑 끼고 호루라기를 불면서. 학교 정문 앞 길이 좁고 차가 쌩쌩 달리거든요." 남편이 바다에 묻힌 뒤 많은 제자와 동료 교사들이 '교통정리 다시 하셔야죠'라며 그리움의 메시지를 보내온 이유다.

부인은 그런 남편이 끝까지 멋진 '현역' 교사로 살도록 살뜰히 뒷바라지했다. 20년 전 남편이 부상을 입었을 땐 1년을 직접 부축해 출퇴근을 시켰다. '난 못 입어도' 남편만큼은 철마다 다른 와이셔츠와 옷으로 신경 써 코디했고 어린 학생 앞에서 초라해 보일까 봐 두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해줬다. 수학여행 날도 정장바지와 체크남방, 고급 등산화 차림으로 말쑥하게 꾸몄는데, 아직 바다 속이란 걸 믿을 수 없다.

'70일'. 긴 시간이지만 30년간 살을 맞대온 부인에게 남편의 죽음을 실감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지금도 안 믿어지죠. 바람처럼 휙 사라져 흔적조차 없으니… 아직도 '여보'하면서 들어올 것 같고 어디 무인도에 있을 것 같고."

부인은 남편 꿈을 딱 1번 꿨다. 남편은 꿈에서 총천연색 물 위의 큰 연꽃 안에서 피어올라 '해바라기'와 같은 웃음을 환하게 지으며 "두 애들을 잘 보살펴 달라" 하곤 천사처럼 훨훨 날아갔다. 부인은 남편 없이도 자녀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 멋지게 살아갈 수 있게 잘 보살피려 한다."

아직 진도 사고해역에선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사투가 진행 중이다. 부인이 바라는 건 남편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것뿐. "하루빨리 장례 치러서 아픔, 괴로움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잠들게 하고 싶어요. 나도 언젠가 갈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리라고."

'언제 나오려나', '좋은 소식 있으려나', 진도의 가족들은 오늘도 기다린다.

박소연
박소연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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