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흥행 참패, 방송국 100억 이상 적자·광고시장 '울상'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벨기에 경기의 응원전이 열린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태극전사의 패배로 경기가 끝나자 아쉬워하고 있다./사진제공=최부석 기자 my2eye@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사실상 한국에서 월드컵 축제는 막을 내렸다. 일반 국민들 못지않게 실망감에 휩싸인 곳은 월드컵을 중계한 방송국과 광고시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흥행 실패'로 평가했다. 경기가 대부분 새벽에 이뤄져 일반인의 관심이 적었던 데다 대표팀에 대한 낮은 기대와 부진한 실적 등이 작용한 탓이다. 16강 진출까지 좌절되면서 비싼 중계료를 사온 방송국은 적자폭이 200억원 내외로 커졌다. 광고주들도 광고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무산된 이후 광고업계는 월드컵 대신 여름 시즌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16강에 진출했으면 추가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었는데 이제 더는 광고를 집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월드컵 공식 파트너를 제외하면 대부분 광고주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스포츠 브랜드와 음료업체 등을 빼면 16강, 4강, 결승전에 대한 관심도도 이미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광고시장의 열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경기가 진행돼 생방송 시청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정확한 광고 판매액을 밝히지 않지만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대비 8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4년 전 SBS가 독점 중계한 것과 달리 올해는 지상파 3사가 동시 월드컵 중계를 해 광고주들의 진입이 훨씬 쉬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저조한 결과다.

브라질 월드컵의 총 중계 수수료는 약 763억원으로 지상파 3사가 4(KBS):3(SBS):3(MBC) 비율로 분담했다. 하지만 초창기 총 광고 판매 수익은 600억원 안팎에 불과해 100억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했다. 이는 단순 중계수수료만을 놓고 계산한 것으로 중계에 필요한 인력비 등을 감안하면 적자폭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방송국이 기대한 건 한국 대표팀의 선전이었다. 하지만 알제리에 4대 2로 참패하고 벨기에전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면서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다면 지상파 방송국 적자 폭은 100억원 가량 줄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월드컵 광고 물량은 16강 전후로 나뉘어 판매되는데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신규 광고가 유입되고 광고 단가도 뛴다.

월드컵 흥행 몰이 실패에 대한 아쉬움은 광고주도 크다. 대표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한 기업 관계자는 "16강 진출에 대비해 별도의 광고를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부진한 실적과 광고의 콘셉트가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