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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59>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4.07.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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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브라질 월드컵 덕분에 요즘 밤잠 설치는 분들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유난히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것 같다. 비록 한국 팀이 탈락해 좀 아쉽지만 축구 경기 그 자체의 재미를 즐기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 재미의 중심에 골키퍼가 있다는 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다. 16강전 8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골키퍼가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뽑혔을 정도니 이들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골키퍼는 원래 무척 외로운 존재다.

축구의 제일 큰 즐거움은 골에 있는데 골키퍼는 그걸 막기 위해 서 있다. 골이 들어가기를 기대하고 골이 터지면 미친 듯이 즐거워할 사람들을 향해 기어코 찬물을 끼얹는 훼방꾼이다. 심지어 자기 팀 선수가 골을 넣어도 그저 멀리서 혼자 손을 치켜들고 좋아한다. 유니폼 색깔마저 다르다.

게다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서받지 못한다. 다른 선수들은 몇 차례 실수하고서도 결정적인 순간 멋진 패스나 절묘한 킥 한 번만 하면 모든 잘못이 지워지고 찬사까지 받지만 골키퍼가 저지른 실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공적은 사라지고 그가 죽는 날까지 험담이 따라다닌다.

브라질 사람들이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부르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경기는 골키퍼의 운명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예선전에 이어 토너먼트 대신 결선리그를 치렀던 이 대회에서 브라질(2승)과 우루과이(1승1무)의 마지막 경기는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을 확신하고 새로 지은 20만 명 수용의 마라카낭 경기장은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이 경기장은 1992년 관중 추락사고 후 입석을 없애 지금은 8만 명을 수용한다.)

브라질은 선제골을 넣었지만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까지 허용하고 1대2로 패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관중 2명이 자살했고 2명은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수십 명이 실신했다. 집집마다 조기가 내걸렸고 모든 비난은 골키퍼 모아시르
바르보사에게 쏟아졌다.

바르보사는 브라질 최초의 흑인 골키퍼로 경기 직전까지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불렸다. 그런데 종료 직전 우루과이 공격수가 전진해오자 앞으로 나와 슛을 막았고, 그는 공을 쳐냈다고 생각했지만 뒤를 돌아보니 골문 안에 공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다시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고, 어느 방송국에서도 해설자로 받아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표팀 숙소를 방문했다가 입장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 형수 집에 얹혀 살다 2000년 세상을 떠났는데,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브라질에서 최고 형벌은 징역 30년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해 50년간이나 벌을 받았다.”

‘관객 모독’으로 잘 알려진 독일 작가 페터 한트케가 쓴 첫 소설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이 작품은 사실 축구 소설은 아니고, 단지 골키퍼 출신의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과 소외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아마도 제일 유명한 장면은 페널티킥을 차는 대목일 것이다.

“골키퍼는 저쪽 선수가 어느 쪽으로 찰 것인지 숙고하지요. 그가 키커를 잘 안다면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러나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도 골키퍼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골키퍼는,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올 것이라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러나 키커도 똑같이 생각하고 이번에는 원래 방향대로 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겠죠? 키커가 달려나오면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슈팅을 하기도 전에 키커가 찰 방향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키커는 침착하게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게 됩니다.”

그러면 골인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페널티킥은 실패로 끝난다. 키커가 어느 방향으로 차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공을 한가운데로 날렸는데, 골키퍼도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그냥 서 있었던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하다. 누구도 자신이 공을 차고 막아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도 차야 하고 막아야 하는 게 인생이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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