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미니스커트 공무원 '논란'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올 봄들어 첫 황사가 관측 된 18일 오후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정부세종청사가 안개에 가려진 듯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3.18/뉴스1

# 경제부처 A과장(남, 44)은 최근 업무지시를 위해 신입 여성 사무관을 호출했다. A과장은 서류뭉치를 갖고 다가오는 여 사무관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 사무관이 다리가 훤히 드러난 짧은 미니스커트와 속이 보일 정도로 얇은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왔기 때문이다. A과장은 눈을 어디에 둘 지 몰라 당황했지만, 신입 사무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A과장은 남자 동료들과 식사자리에서 "신입직원들 복장이 너무 한 것 같다"며 자신의 사례를 꺼냈고, 동료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맞장구쳤다. A과장은 "너무 짧거나 얇은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 사무관들이 많은데, 대부분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 직원들이다"며 "용모단정이란 기준이 참 애매한데, 치마를 입더라도 너무 짧은 건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들이 자리 잡은 정부세종청사에 때아닌 복장 논란이 일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자 젊은 여자 공무원들이 미니스커트 등 과감(?)한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남성 공무원들의 경우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이 대다수지만, 여성 공무원들은 복장이 다양하다.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부터 짧은 치마와 깊게 패인 블라우스까지, 남성 공무원들은 "얼굴이 화끈거릴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여성들의 공직사회 진출이 늘면서 이런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게 남성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해마다 크게 증가했고, 심지어 절반 가량이 여성 공무원들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자기 개성이 뚜렷한 젊은 여성 공무원들이 늘고 있지만 공무원 복장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공무원 복장 규정은 '용모단정'으로만 돼 있을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남성 공무원들은 조용히 불만을 토로할 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그런 얘기를 꺼내면 시쳇말로 '꼰대' 내지는 '옛날사람' 취급을 받을것 같아서다. 공직생활 22년차에 접어든 B국장(남, 49)은 "예전엔 여성 공무원들의 복장을 두고 별다른 얘기가 없었는데, 최근에 젊은 여성 사무관들이 많이 늘어서 그런지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바뀐것 같다"며 "남성 국·과장들이 대외적으로 그런 모습을 지적할 경우 고리타분하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공무원들은 대체로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옷을 입든지 본인의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지, 남성 공무원들의 기준을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노출이 있는 복장은 여성 공무원들도 유의해야한다는 지적이다. C과장(여, 42)은 "여자들의 옷은 남자들처럼 단순하지 않고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성 옷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도 "여성 공무원들도 너무 야한 옷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