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DST 안파나 못파나…매매호가차 1400억

두산그룹이 방산계열사 두산DST 매각을 위해 시장 수요조사를 한 결과 2009년 44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가 현재 3000억원에 못 미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따라 두산은 올 초 계획했던 두산DST 지분 100% 매각을 연말로 연기했는데, 내년 8월까지 지분 투자금(49%, 2200억원)을 회수해야 하는 미래에셋 프라이빗에퀴티와 IMM프라이빗에퀴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애가 타는 모습이다.


7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두산 (131,700원 ▼9,300 -6.60%)그룹은 상반기 두산DST 매각을 위해 자문사를 선정하면서 시장에 거래를 태핑(잠정 수요조사)했고 잠재후보군의 기업가치 평가가 3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두산은 이에 따라 자문사 선정을 미뤘고 매각도 하반기로 지연하고 있는 상태다.

두산DST는 방위산업계에서 육군의 주력인 장갑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은 2009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 일환으로 두산DST 49% 지분을 약 2200억원에 팔았는데 당시 거래는 기업가치를 4400억원으로 평가한 것에 기초한 것이었다. 두산DST는 2009년 7060억원의 매출액에 6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우량회사였다.

그러나 두산DST가 만든 K-21 보병장갑차가 침수사고를 내고 경기가 후퇴하면서 회사 실적은 상당히 추락했다. 2012년 매출액이 6503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175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5380억원의 매출에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분 49%를 쥐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2009년 투자이후 9110억원의 매출액과 7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2011년에 회사를 매각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다. 당시 2009년에 함께 매입한 삼화왕관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등을 처리하느라 두산DST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방산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두산DST의 지난해 실적은 2009년 거래 당해연도에 비해 매출은 23.8%, 영업이익은 76.4% 감소했다.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기초로 한 두산DST의 시장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EBITDA에 업종 평균인 6~7배를 곱한 수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산업 내 희소성 등을 감안해도 기업가치가 3000억원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게 잠재 후보군들의 진단이다.

올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미래에셋 등은 두산과 협의해 회사매각을 통한 자금회수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정부의 대규모 군수장비 발주 사업을 따낼 경우 회사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다며 매각시기를 최대한 늦추려한다. 방위산업청은 내년까지 30㎜ 차륜형대공포와 지휘소용차량 사업에 관한 2조5000억원대의 지상무기사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두산DST는 하반기에 시작될 대정부 방산 수주전에서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로템과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에 따라 M&A 시장에서도 두산DST의 기업가치가 급변할 수있다. 두산DST가 현대로템을 물리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기업가치가 뛸 뿐만 아니라 경쟁자였던 현대차그룹이 오히려 두산DST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면 기업가치는 더 추락하고 매각은 장기화될 우려가 높다. 두산은 내년 초까지 매각이 실패하거나 불투명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의 두산DST 49%를 되살 의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은 최근 매각 가능성에 동요하는 임직원들에게 "회사가 재무적 투자자들과 계약에 따라 매각을 시도해보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2009년 매매가격 이상에 기업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투자자 지분을 되살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