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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똑똑 세상..‘딸깍발이’가 그립다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4.07.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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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볼이 야윌 대로 야위어서 담배 모금이나 세차게 빨 때에는 양 볼의 가죽이 입 안에서 서로 맞닿을 지경이요, 콧날이 날카롭게 오똑 서서 꾀와 이지(理智)만이 내발릴 대로 발려 있고, 사철 없이 말간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참 측은한 인물 묘사다. 국어학자이자 문인인 故 일석 이희승선생이 ‘딸깍발이’란 수필에서 묘사한 남산골 샌님의 모양새다. 생업도 없이 벼슬자리나 바라다 늙은 처지라 삼순구식(三旬九食), 한달에 아홉번 정도나 겨우 밥을 먹는 궁핍이 만든 외양이다.

이 한심한 군상 ‘딸깍발이’가 문득 떠오른 것이 지난 9일이다. 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이 독일에 충격의 1-7 패배를 당한 날이고 이어서 10승 도전에 나선 류현진이 2와 ⅓이닝 10피안타 2볼넷 7실점의 충격적인 투구내용으로 시즌 5패째를 안은 날이다.

“논란이 된 제자논문의 학술지 게재, 연구비 수령, 연구실적 부풀리기 등과 관련된 사안은 당시 학계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감안해 판단해줬으면 합니다”

그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의 당부가 브라운관을 통해 귀에 닿았을때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에서 배웠던 ‘딸깍발이’란 단어가 몇십년 기억의 퇴적을 뚫고 잠깐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브라질 마피아가 네이마르에 위해를 가한 콜롬비아의 수니가에게 보복을 다짐하고, 현상금을 걸고, 콜롬비아 정부가 이탈리아 외교부에 수니가의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매팅리가 여전히 류현진에 신뢰를 보내고, 태풍 너구리 탓에 제주에 태풍경보가 발효되고 등등의 사연들에 밀려 다시 금새 잊혀졌다.

하루를 마감하는 술자리, 당연한 안주로 한심한 나라꼴이 등장하면서 ‘딸깍발이’란 단어가 다시 머리속에서 부상했다.

세월호 30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던 총리가, 그리고 그 뜻을 즉각 수용했던 대통령이 어물쩍 사표를 반려하고 사의를 철회하는 나라다. 그래서 그 숱한 죽음에 아무도 책임지지않는 나라다. 2011년과 올해 두차례나 재임중 총기난사사건을 경험한 국방장관이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승진하는 나라다. 25조원이란 피같은 세금으로 멀쩡한 4대강을 불치병에 걸리게 하고도 아무도 다치지않는 나라다. 불법정치자금전달한 전력의 안기부장 후보에, 잔디밭에 고추를 심은 미래부장관후보에, 표절도 당시 학계분위기를 감안해 이해해달라는 교육부장관 후보까지 전국민을 상대로 “봐주세요” 머리를 조아리는 나라다. 그래서 오래전에 관에 봉해 땅속 깊이 매장한 꼬장꼬장 외곬의 존재들이 그리워진걸 게다.

일석선생이 묘사한 딸깍발이, 곧 남산골 샌님의 사고방식은 “청렴 개결(淸廉介潔)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로서 재물을 알아서는 안 된다. 어찌 감히 이해를 따지고 가릴 것이냐. 오직 예의, 염치(廉恥)가 있을 뿐이다. 인(仁)과 의(義) 속에 살다가 인과 의를 위하여 죽는 것이 떳떳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산골 샌님중 가장 유명한 박지원의 ‘허생전’속 허생은 변부자에게 빌린 만냥을 10만냥으로 갚으며 “안색이 (돈 빌리러 왔을때처럼)여전하오?”하는 질문에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만 냥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답한다. 이해에 취약하고 상황에 쉬 영합하는 시절, 그래서 예의와 염치가 없는 시절을 사는 죄다. 이런 딸깍발이들의 기개와 지조가 그리워지는 것은..

일석선생이 꾸짖는다. “현대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 대계(百年大計)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에 밝다. 이것은 실상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愚昧)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현명이라고나 할까.”

마른 날이든 진 날이든 느럭느럭 딸깍딸깍 ‘겉똑똑’들을 밀쳐내며 무례와 몰염치의 세파를 헤쳐나가는 딸깍발이들을 청문회장이나 뉴스에서 볼수 있을까? 물론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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